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제마 엘윈 헤리스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

by 답설재 2015. 11. 3.

제마 엘윈 헤리스Gemma Elwin Harris 엮음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BIG QUESTION FROM LITTLE PEOPLE

김희정 옮김, 부키 2015

 

 

 

 

 

 

아이가 묻습니다. "벌레를 먹어도 될까요?"

답의 핵심은, 아이가 만족하는가 실망하는가, 다르게 말하면 탐구 의욕을 조장하는가 꺾어버리는가에 있지 않겠습니까?

 

답이 정확했는지 아닌지는 나중에 아이가 더 생각해볼 수 있고, 당연히 그럴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도 없을 것입니다.

"벌레를 먹어도 될까요?"

"얘가? 집어 치워! 너 나하고 노닥거리자는 거냐?"

 

이 책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흠… 뭐,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 상황이라면 먹어도 되겠지요? 하지만 날마다 벌레를 먹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내 말을 믿어도 좋아요. 혹시 꼭 먹어야 된다면 조심해서 먹도록 하세요. 하루 종일 땅속을 기어 다니는 녀석들이니 뱃속에 해로운 것들이 들어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익혀 먹는 것도 좋겠지요? 내 경험으로는 솔잎이랑 섞어서 불 위에서 끓이면 먹기에 좀 덜 괴로워지더군요. …(후략)…1

 

"벌레를 먹어도 될까요?"

아이들의 이 물음에 어떤 코미디언은 다른 답을 내놓았습니다.2  딱 한마디입니다. "엄마가 안 볼 때만요."

다른 답도 있습니다.3 "벌레한테는 안 괜찮지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동물이 있나요?

벌레를 먹어도 될까요?

원자란 무엇인가요?

세상은 왜 어른들 맘대로 하나요?

피는 왜 파랗지 않고 빨간가요?

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걸어서 세상을 한 바퀴 돌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우리는 왜 음악을 듣나요?

외계인이 있나요?

바람은 어디서 오나요?

영국 사람들은 어떻게 영어를 하게 되었나요?

왜 공룡은 멸종하고 다른 동물들은 살아남았나요?

……

 

모두 121가지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을 모은 책입니다. 그러니까 제마 엘윈 해리스가 질문을 모아서 각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답변을 들어 엮은 책입니다.

 

보너스처럼 이 질문들에 대하여 여러 명의 코미디언들의, 전문가들과는 다른 또 다른 재미있는 답을 마련해 준 것을 모은 부분도 덧붙여 놓았습니다.4

 

"우리는 모두 친척인가요?" ☞ "크리스마스 선물을 많이 받으려고 이런 질문 하는 건 아니겠죠?"

"외계인이 있나요?" ☞ "네. 동생으로 변장해서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으니까 조심하세요."

"원숭이와 닭은 공통점이 있나요?" ☞ "네. 감자튀김이랑 곁들여 먹으면 둘 다 맛있어요."

 

전문가들은 '전문가답게' 각 질문에 대하여 일단 아이들의 눈으로 분석해 보고, 그 눈으로, 혹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답합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답변으로 일관하여 보다 진지한 것도 있고 그것이 오히려 미흡한 답이 된 것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쉽고 재미있습니다.

 

 

교과서가 이렇게 쉽고 재미있으면 세상은 한결 살기좋은 곳으로 변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럴 순 없다면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이런 마음으로(이런 전문가들처럼) 묻고, 답하고, 토론하면, 학교와 교실이 훨씬 행복한 곳이 될 것 같고, 아이들도 우리보다는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해 갈 것 같았습니다.

 

<사례 1> 숫자는 영원히 계속 커지나요?

 

대답에 도움이 될 만한 농담을 하나 하지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학 농담 중의 하나예요.

수학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제일 큰 숫자는 무엇일까요?"

한 아이가 번쩍 손을 들고 "1조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1조 1은요?" 선생님이 되묻습니다.

"아, 제 답도 정답과 거의 비슷하네요." 아이가 의기양양하게 답했습니다. …(후략)…5

 

<사례 2> 우리 입안에 진짜 '블랙테리아'라는 괴물이 살고 있나요?

 

우리 입속에 괴물은 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괴물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생물들이 살고 있죠. 우리 입안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수백 가지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들이 살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미생물학자들이 그 이름도 다 붙이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이 녀석들은 우리 입안 곳곳에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지요. 혀의 갈라진 틈, 잇몸과 이 사이, 입천장 등등 미생물이 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이 하나에서만도 수십만 마리의 미생물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후략)…6

 

 

121가지의 질문을 어떤 순서로 늘어놓았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여덟 곳, 중학교 두 곳으로부터 모은 질문이라고 했습니다. 특별한 순서를 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편집했다면 영역을 나누어 보았더라면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과학에 관한 질문이 많아서 불균형을 이룬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불균형이 아이들이 관심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아이들이 옆에 없고 아이들을 가르칠 일도 없으면서도 옆에 두었다가 어느 아이가 어떤 질문을 해왔을 때, 이처럼 재미있고 친절한 방법으로 대답해 주고, 혹 정말로 이와 같은 질문을 해 오면 얼른 이 책을 들여다보고 대답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1. 20~21쪽, 베어 그릴스Bear Grylls(탐험가, 오지 생존 전문가), '벌레를 먹어도 될까요?' [본문으로]
  2. 333쪽. 사라 밀리칸(Sarah Milican). [본문으로]
  3. 346쪽. 클라이브 앤더슨(Clive Andreson). [본문으로]
  4. 333~347쪽 '이런 답도 있어요!' [본문으로]
  5. 178~179쪽. 수학자 마커스 드 소토이(Marcus du Sautoy). [본문으로]
  6. 272~274쪽. 과학자TV 자연다큐멘타리 해설자 리즈 보닌Liz Bonnin).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