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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토론수업의 방안

by 답설재 2015. 10. 15.

  

 

 

 

 

  토론수업의 방안

 

 

 

 

  어느 경제지에서 "교수 농담까지 받아적는 대학생들"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1 그 얘기를 썼더니 대학교수 한 분(닉네임 '근이재')이 다음과 같은 댓글을 써주셨습니다.

  저를 상대로 편하게 써 주신 글이지만, 이걸 혼자만 보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어 여기에 이렇게 싣게 되었는데, 그분에게는 양해도 구하지 않았습니다.

  양해를 구하면 "실어도 좋다"고 할 리가 없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 글은 이미 내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읽어보시는 분께서는 이 점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실은, 이렇게 싣고 싶은 조언(助言)을 모아 두기만 하고 본인이 뭐라고 하시면 어떻게 하나 용기가 나지 않아서 보관만 한 글들이 꽤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토론에 허약한 것은 저도 익히 경험하고 있습니다.
  오늘 수업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한 학생이 제 홈페이지에 숙제를 올린 것을 보고 댓글을 통해 몇 번에 걸쳐 조언을 했더니
  잘 모르겠다며 수업시간에 좀더 보충해서 설명을 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수업을 시작하면서 바로 그 학생에게 그 문제에 대해 실은 나도 잘 몰라서 자네보고 좀더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던 것이라고 하면서 무엇을 더 보았는지 또 그 결과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이야기 좀 해 보라고 했지요.
  그리하여 그 학생이 이야기를 했고,
  학생의 이야기가 끝난 다음 다른 학생들에게 저 친구가 한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금 전에 이야기한 그 학생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입니다.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먼저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경청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은 제가 그 학생이 말한 논지가 대강 이런 것이라고 부연 설명을 해줄 수 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중의 하나는 이런 것입니다.
  교수는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나도 잘 모른다. 그러니 너희들에게 조사도 하고 생각도 해보라고 한 것이다.
  그렇게 각자 생각(공부)을 한 다음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보다 가까운 견해를 얻을 수 있지 않겠냐고 했지요.
  그리고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떤 문제에 똑 떨어지는 답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적어도 대학생이라면)가 하는 공부의 본령은 그것이 토론이든 무엇이든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라기보다 그런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더 우선돼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했답니다.
  학생들이 덩치만 산만 하지 정신적 주체성이 너무 약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러니 토론수업이 되겠습니까?
  중고등학교에서 모둠수업이니 뭐니 해서 거의 형식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몸에 배어서 그런지
  제가 수업에서 하는 것과 같은 무형식의 난상토론(?) 같은 것은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공연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았습니다.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보시려면 ☞ http://blog.daum.net/blueletter01/7637496

 

 

 

 

 

 

  1. 제가 한번 가르쳐본 바로는 영악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래도 참 불쌍하게 여겨졌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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