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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요양원 체험학습

by 답설재 2015. 9. 17.

2015.8.17. 영종휴게소에서 본 미니어처(본문과는 무관한 내용입니다.)

 

 

 

보스톤 근교의 은퇴자 촌 '뉴브리지 온 더 찰스New Bridge on the Charles'는 '연속성 있는 보살핌'이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하며 독립 주거 공간, 어시스티드 리빙, 요양원 건물이 각각 따로 있답니다. 입주자의 사정에 따라 생활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늙은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주적으로 생활'하게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 시설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학교 교육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부분을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1

제목을 '요양원 체험학습'이라고 한 것은, '은퇴자촌 체험학습'이라고 하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할 것 같았고, 그 시설 중에는 요양원도 있다니까 아예 그렇게 붙인 것이지만 그러므로 공정한 명명일지는 의문입니다.

 

 

뉴브리지에서는 주민들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걸 허용하지만, 빌 토머스의 에덴 올터너티브 프로그램에서처럼 경영진이 주도해서 동물을 들이지는 않았다. 따라서 동물이 뉴브리지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은 큰 역할을 한다. 뉴브리지는 유치원에서 9학년까지 있는 사립학교와 마당을 같이 사용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기관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됐다. 그다지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주민들은 학교에서 보조 교사나 도서관 사서로 일했다. 학교 수업에서 2차 대전을 다룰 때, 학생들은 책에서 공부한 내용을 직접 설명해 줄 참전 용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도 뉴브리지에 날마다 드나들었다. 더 어린 학생들은 매달 주민들과 이벤트를 열었다. 미술 전시회를 열고, 명절을 함께 축하하는가 하면 주민들 앞에서 음악 공연도 했다. 5학년과 6학년 학생들은 주민들과 함께 체육 수업을 한다. 중학생들은 치매 환자와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우고, 요양원 주민들과 파터너가 되는 버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요양원 노인과 어린 학생들 사이에 개인적인 우정이 싹트는 일도 흔하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아버지와 친구가 된 한 소년은 그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저 꼬마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리타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는 아이들을 만나는 게 가장 만족스러운 두 가지 일과 중 하나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그녀가 참여할 수 있는 수업들이었다.

"수업이요, 수업! 난 수업을 듣는 게 너무 좋아요." 그녀는 독립 주거 단지 주민이 가르친 시사 강의를 들었다. 그때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아직까지도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걸 안 그녀는 바로 이메일을 썼다.

"그 사람한테 엉덩이를 너무 무겁게 놀리지 말고 얼른 이스라엘로 가라고 말해 줘야 한다고 느꼈어요."

 

 

미국에서도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영역에서 특별활동과 재량활동을 없애버리고 '창의적 체험활동'을 신설했고, 이제 2016학년도부터는 중학교에서 한 학기를 정하여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학교생활을 행복하게 하면서 자신의 꿈과 끼를 찾고 창의성, 인성, 자기주도 학습능력 같은 중요한 역량을 기르도록 해주자는 것입니다.

오전에는 협동학습, 토론수업, 교과융합수업, 프로젝트 수업 같은 참여·활동 중심으로 교실에서 공부하고, 오후에는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됩니다.

 

이참에 '뉴브리지 온 더 찰스'와 그곳 학교의 저 교육을 우리도 시행하면 어떻겠습니까? 미국에서 누가 알고보면 '뉴브리지 온 더 찰스'도 별 것 아니라는 연락이 오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책에서 읽고 그 내용을 사실대로 이야기할 뿐입니다.

교육을 그렇게 하려면 교육행정가들에게 물어봐야 하겠지요?

"어떻습니까? 필요성이나 좋은 점이 인정됩니까?"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면 이쪽에서도 호의적인 태도로 질문을 계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추진 가능성이 있습니까? 어떤 프로그램에 해당합니까? 교육 본래의 목적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겠습니까?"

그 행정가가 난색을 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어렵겠습니까? 왜 그렇습니까? 그건 교육적인 판단입니까? 정당한 판단입니까? 어떤 교육목적 때문에 그런 교육을 실시하기가 어렵습니까? 잘못 온 길이면 되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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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툴 가완디, 김희영 옮김,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부키, 2015), 20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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