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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by 답설재 2015. 9. 29.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Being Mortal』

김희정 옮김, 부키, 2015

 

 

 

 

 

 

소설처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의사 아툴 가완디가 죽는 방법에 관하여 자신의 가족까지 등장하는 실감 나는 '드라마'를 보여주며 설명하였습니다. 다만 전문적인 소설가처럼 '기승전결'로 구성하지는 않고 죽음의 과정에 따라 '독립적인 삶―무너짐―의존―도움―더 나은 삶―내려놓기―어려운 대화―용기'로 나누어 전개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내용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문적인 용어나 내용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풀어 놓았습니다.

다음은 각 장이 시작되는 페이지에서 보여주는 본문의 일부를 모은 것입니다.

 

 

1. 독립적인 삶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현대화는 사람들에게―젊은이와 노인 모두에게―더 많은 자유와 통제력을 누리는 삶의 방식을 제공했다. 거기에는 다른 세대에게 덜 묶여 살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 노인들에 대한 존중은 없어졌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젊음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독립적인 자아에 대한 존중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런 삶의 방식에는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독립적인 자아에 대한 숭배가 삶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립이라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때가 온다는 현실 말이다. 언젠가는 심각한 질병이나 노환이 덮쳐 오게 될 것이다. 해가 지는 것만큼이나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목표가 독립이라면, 그걸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43~44)

 

 

2. 무너짐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노인병 전문의 펠릭스 실버스톤 Felix Silverstone 박사에 따르면 "노화 과정에 관여하는 단일하고 일반적인 세포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리포푸신과 활성산소로 인한 손상, 무작위로 벌어지는 DNA 변형, 그리고 수많은 여타 미세포상 문제가 축적되면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점차적이면서도 가차 없이 진행된다.

실버스톤 박사에게 노인병 전문가들이 제현 가능한 특정 노화 경로를 식별해 냈는지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뇨.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그저 허물어질 뿐입니다."(62~63)

몸의 쇠락은 넝쿨이 자라는 것처럼 진행된다. 하루하루 지내면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대로 적응해 가며 산다. 그러다가 뭔가 일이 벌어지면 모든 게 예전 같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73)

 

 

3. 의존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다

 

앨리스 할머니는 사생활과 삶에 대한 주도권을 모두 잃었다. 병원 환자복을 입고 지낼 때가 대부분이었다. 직원들이 깨우면 일어나고, 목욕시켜 주면 하고, 옷을 입혀 주면 입고, 먹으라고 하면 먹었다. 또한 직원들이 정해 주는 아무하고나 같은 방을 써야 했다. 할머니의 생각과 관계없이 선택된 룸메이트들이 여러 명 거쳐 갔다. 모두 인지 능력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조용했고, 어떤 사람은 밤에 잠을 잘 수 없게 만들었다. 할머니는 감금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늙었다는 죄로 감옥에 갇힌 것만 같았다.(119)

 

 

4. 도움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

 

셸리의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한 것은 직원들의 무관심한 태도였다. 그들은 루 할아버지가 삶에서 관심을 기울여 온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곳에 옴으로써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무엇인지 전혀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들은 심지어 그런 방면에서 자신들이 무지함을 인정하려 하지도 않았다.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어시스트 리빙', 그러니까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아무도 할아버지가 잘 살아가도록 돕는 걸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에서 할아버지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와 기쁨을 어떻게 하면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려 하지 않았다. 그들의 태도는 잔인함보다는 몰이해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톨스토이가 말했듯, 그 둘이 결국 뭐가 다르겠는가?(165~166)

 

 

5. 더 나은 삶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질병과 노화의 공포는 단지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만은 아니다. 그것은 고립과 소외에 대한 공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는 그다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돈을 더 바라지도, 권력을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가능한 한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해 직접 선택을 하고,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다른 사람이나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쇠약해지고 의존적이 되면 그러한 자율성을 갖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내가 루 할아버지, 루스 할머니, 앤 할머니, 리타 할머니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은 그것이 분명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227)

 

 

6. 내려놓기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새라는 의식이 오락가락했고, 의료진에게는 한 가지 선택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새라는 투지가 있는 사람 아니었던가? 그런 사람들이 갈 다음 단계는 중환자실이었다.

이것이 바로 수백만 번 반복되는 현대의 비극이다. 우리가 풀 수 있는 생명의 실타래가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 길이 없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실제보다 더 많이 남아 있다고 상상한다면 우리는 싸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265~266) 그러나 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심신의 능력이 쇠약해져 가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면 종종 순수한 의학적 충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너무 깊이 개입해서 손보고, 고치고, 제어하려는 욕구를 참아야 한다는 뜻이다.1

 

 

7. 어려운 대화 두렵지만 꼭 나눠야 할 이야기들

 

나는 이제 우리도 어려운 대화를 나눌 때가 됐다는 걸 깨달았다.(322)2

사지마비가 진행되면서 머지않아 아버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앗아가려 하고 있었다. 사지마비가 오면 24시간 간호, 산소호흡기, 영양 공급관이 필요해질 것이다. 아버지는 그걸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내가 말했다.

"절대 안 되지. 그냥 죽는 게 낫다." 아버지의 대답이었다.

그날 나는 내 평생 가장 어려운 질문들을 아버지에게 던졌다. 커다란 두려움을 안고 하나하나 물었던 기억이 난다. 무엇을 두려워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분노, 혹은 우울, 아니면 그런 질문을 함으로써 뭔가 그분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는 안도감이 들었고 뭔가 명확해졌다는 걸 느꼈다.

 

 

8. 용기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

 

"무슨 생각 하세요?" 내가 물었다.

"죽기까지의 과정을 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생각 중이다. 이거, 이 음식이 그걸 길어지게 만들고 있어."

어머니는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우리는 당신을 돌보는 게 좋아요. 램. 당신을 사랑하니까."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힘드시죠? 그렇죠?" 여동생이 말했다.

"응, 힘들다."

"쭉 잘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으세요?" 내가 물었다.

"그래."

"깨어 있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옆에 있다는 걸 느끼고, 이렇게 우리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가 물었다.

아버지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는 기다렸다.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391~392)

 

마지막으로 의식이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손주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거기에 없었고, 나는 대신 아이패드에 있는 사진을 보여 드렸다. 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모든 사진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393)

 

 

 

독립적인 삶―무너짐―의존―도움―더 나은 삶―내려놓기―어려운 대화―용기

그것이 가야 할 길의 단계라고 합니다.

전 과정이 다 쉬웠으면 좋겠지만, 그건 도저히 안 되겠다면 어느 한 단계라도 쉽게 지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꼭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보여주신 분께 깊은 우정과 감사를 전합니다.

 

◈ 이 책의 특징과 내용은 전문적인 블로그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BLUE & BLUE』 《어떻게 죽을 것인가》 바로가기

         ☞ [http://blog.daum.net/yoont3/11302251](http://blog.daum.net/yoont3/1130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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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두 문장은 본문에서 찾지 못하고, 이 장이 시작되는 간지(231쪽)에서 옮겼습니다. 그러나 이 문장의 의미를 실제 사례로 설명하는 글이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2. 이 상황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로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짐이 될까 봐 두렵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가 곁에 있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아버지를 기쁘게 돌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상에서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