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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만월보전(滿月寶殿)

by 답설재 2015. 5. 24.

 

 

 

 

저기 저 뒷쪽 가운데 보이는 작은 건물이 '만월보전(滿月寶殿)'입니다.

그 안에 약사여래불이 계십니다. 지난번에는 모처럼 뵙게 된 주제에 점심 때 고기까지 먹고 올라와서 정말 송구스럽다고 고백했는데, 오늘 나는 또 그 꼴로 찾아뵈었습니다.

지난번에는 마침 부처님과 나 둘 뿐이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는데, 오늘은 어느 부인이 단정히 앉아 무슨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내 몸에서 비린내가 안개처럼 피어올랐을 것이므로 부처님의 시중을 들고자 숨소리조차 지우며 자리를 지키던 그 부인이 얼마나 난처하고 민망했겠습니까?

나는 평생 이러다가 말 것입니다.

 

 

 

약사여래께서는 '약왕(藥王)'이라는 별명을 가지신 보살로 수행하시면서 중생의 아픔과 슬픔을 달래어주셨는데, 열두 가지 큰 서원을 세우셨고, 그 중에서도 유별히 중생의 병고와 재난의 구제를 근본서원으로 발원하셨더랍니다.

누가 많이 아프거나 불의의 재난을 당했거나 너무나 배가 고프거나 너무나 억울하여 저 만월보전의 부처님을 뵙고 뒷걸음으로 나선 문 앞에서, 마당에 어린 저 나무 그림자 대신 하늘 가득한 보름달의 밝은 모습을 바라보게 되면 그 순간 충만한 희망으로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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