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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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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의 공부법―사소한 것들에 대한 사유』Ⅱ

by 답설재 2015. 4. 28.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사소한 것들에 대한 사유

권용선, 역사비평사, 2014

 

 

 

 

 

 

 

 

 

 

Ⅰ. 도시, 배움의 장소들

 

Ⅱ.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

 

Ⅲ. 수집, 정리, 글쓰기

 

1.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2. 수집, 인용, 배치

 

3. 무기로서의 글쓰기 (발췌)

 

벤야민에게 글쓰기는 존재의 증명이자 직업이었고 오락이자 무기였다. (……) 그가 무엇인가를 '읽는다'고 했을 때, 그것은 독서의 영역을 넘어서 이미지·연극·영상·그래픽과 같이 문학이 상위 범주에 있는 예술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것이었고, 때로는 사물뿐만 아니라 길·지도·풍경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계 그 자체를 '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글쓰기 역시 벤야민 자신이 생각한 것을 문자로 고정시키는 행위 이상을 뜻했다. 그에게 글쓰기는 수집하기, 정리하기, 베껴 쓰기, 인용하기, 복사하기, 잘라내기 등의 활동 및 다른 언어로 쓰인 누군가의 글을 번역하는 작업을 포함했고, (……) (237~238)

 

그에 따르면, 좋은 작품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238)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이미 써 놓은 것을 꺠끗하게 정서"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239)

 

글의 분위기와 생각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경우에도 글쓰기는 "하루도 거르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몇 주씩 거를 수는 있다." 이미 써 놓은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239)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할 때는 작업 공간을 바꾸어 새로운 분위기에서 완성하는 것도 좋다.(240)

 

집필에는 세 단계가 있는데, 글을 재료를 모으고 생각을 조직하는 사고의 단계, 그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면서 문체를 구축해가는 단계, 마지막으로 한 편의 글로 완성하는 단계이다.(240)

 

글쓰기는 선택의 연속이다. 예시를 선택하고, 문장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선택하고, 어떤 문장으로 생각을 표현할 것인지 선택한다. 선택한 것들 중에서 최후로 버릴 것과 남길 것을 또 선택해 나간다.(240) (……) 완성된다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고, 이런 점에서 하나의 작품은 '구상의 데드마스크'라 할 만하다.(240~241)

 

"훌륭한 작가는 결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쓰는 글은 그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만 도움을 준다."(241)

 

훌륭한 작가는 모든 불필요하고 장황한 생각과 문장을 절제하는 훈련을 통해서 만들어진다.(243~244)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가장 어울리는 문체를 통해 글쓰기를 발명하는 것이야말로 벤야민이 한결같은 욕망이었다.

"내가 같은 세대에 속한 대부분의 문필가들보다 더 나은 독일어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상당 부분 20년 동안 지켜온 단 하나의 작은 규칙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편지 쓸 때 외에는 '나'라는 단어를 결코 쓰지 않는다는 규칙이다. (……) 주체 이성의 사용이 기계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나'와 다른 것은 비정상적이고 열등하고 나쁜 것으로 규정되며, 이런 인식이 집단화될 때는 파시즘의 논리가 생겨나게 된다.(246~247)

 

프루스트와 카프카는 특별한 방식으로 '나'를 사용했다. (……) 책을 읽는 독자는 프루스트나 카프카의 '나'가 들려주는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이다. 작가들은 끊임없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독자들은 그 '나'를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느낀다.(248~249)

 

 

□ 에필로그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을 때 벤야민은 프랑스에 있던 다른 독일인들과 함께 수용소에 감금되었다. 불안하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그는 "상급자를 위한" 철학 강좌를 열었고, 수용소 신문도 발간하려고 했다. 그는 쉽게 좌절하거나 절망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1940년 스페인 국경이 폐쇄되었을 때, 그는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잃어버렸고 결국 삶을 포기하는 쪽을 택했다.(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