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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문효치 「개망초」

by 답설재 2014. 11. 9.

개 망 초
― 황사 온 날
 

                                                 문 효 치
 

산책을 하다가 목에 가래가 걸려
무심코 뱉어 버렸더니
개망초꽃에 달라붙어 너울거렸다
 
그래도 개망초꽃은 웃고만 있었다
 
천성이 좋은 건 지
부아를 꾹꾹 누르고 있는 건 지
제 얼굴에 오물을 뱉었는데도 웃고만 있다
 
흔하디 흔한 풀꽃인데
정말 흔치 않은 웃음으로 나를 가르치고 있다
 
남 가르치는 일이 내 직업인데
오늘은 도리어 또 한 수 배우게 되었다



                                           『현대문학』 2014년 9월호, 179쪽.

 

 

 

시인의 얘기는 분명해서 듣기 거북할 건 없습니다. 더구나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내 마음도 저와 같다"고 해버리면 좋겠지만 무슨 소득이 있겠습니까? 죽으면 죽었지 내게 가래침 뱉는 꼴을 그냥 봐 넘길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너울거리고 있겠습니까?

 

미안합니다. 언제쯤 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게 될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언제 인간이 되겠나!" 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 가을 저녁, 조만간 정하긴 해야 할 것 같고, 마음은 요원하고, 인간의 길이 이러합니다.

 

 

 

구절초? 쑥부쟁이? 개망초? 어느 꽃이어도 괜찮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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