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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작별(作別)

소리 없는 슬픔

by 답설재 2014. 8. 3.

 

 

 

내 짝이 저렇게 누워서 일어서질 못합니다. 부러진 날개는 접혀진 채 성한 쪽 날개를 한껏 펴서 퍼덕여봤지만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기는커녕 일어서지도 못했습니다. 몇 번을 그렇게 했는데, 이젠 포기한 것 같습니다. 힘이 남아 있지 않은 걸까요? 사지가 짓이겨지고 출혈이 심하니까, 힘이 점점 떨어지고 있을까요? 저러다가 정신마저 잃고 말면 나는 어떻게 합니까?

 

이럴 때는 어떻게 구구거려야 하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생각을 전하고 싶을 때, 그렇게 많은 일들을 저 짝에게 전할 때, 나는 수없이 구구거렸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할 때, 날씨가 흐려 마음조차 우울할 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배가 고플 때, 마음이 불편할 때, 사람들이 괴롭힐 때…… 구구거려서 되지 않을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어나 보라는 뜻도 전할 수가 없습니다. 뭐라고 어떻게 구구거려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을 당한 건 전혀 뜻밖이었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는 일도 없습니다. 단 한 가지도 생각해낼 수가 없습니다. 정말이지 이런 순간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 사람들이 수없이 오고가는 거리, 자동차도 끊임없이 오고가는 골목길이지만 우리가 여기를 한두 번 찾아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조금 전 그 자동차가 지나갈 때, 나는 그 바퀴를 피했는데 내 짝은 피하지 못한 것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는 떠날 수도 없습니다. 아니, 그냥 떠날 수는 없습니다. 그럴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혼자서 어디로 가겠습니까? 사람들은 우리를 반겨주지 않지만, 다른 짝들처럼 우리에게도 가볼 만한 곳은 수없이 많고, 함께 돌아다니는 길도 다 정해져 있고,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어디로 갈 것인지도 뻔했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등의 망설임없이 돌아다녔지만, 이 순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 것이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저쪽에서 저렇게 또 다른 자동차 한 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길 가로, 노란선 안으로 피해야 하는데 내 짝은 저렇게 누워 있습니다. 나 혼자 이렇게 몸을 피한다는 게 우스워집니다. 사실은 자동차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이쪽으로 걸어나왔습니다. 저절로 이렇게 되는 걸 어떻게 합니까? 여러분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까? 본능적으로……

 

이렇게 걸어나와서 내 짝을 바라봅니다. 기가 막힙니다. 다시 자동차가 다가오는데 내 짝은 저렇게 누워 있습니다. 지금 내 짝도 저 자동차가 무섭겠지요?

 

 

 

 

 

 

우리는 비둘기들에게 좀 미안해하면 좋겠습니다. 전에는 "평화의 상징"이니 뭐니 했지만 지금은 "해조(害鳥)"라고 손가락질 하게 된 걸 좀 겸연쩍어해야 할 것 아닙니까? 해조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사람의 마음이란 언제라도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 사람도 따지고보면 저 비둘기들에게는 '해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서만은 비둘기들에게 할 말이 전혀 없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저 영혼은 어디로 갔는지, 이 여름, 비 내리는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