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이시영
가난한 사람들이 머리에 가득 쌓인 눈발을 털며 오르는 지하철 2호선은 젖은 어깨들로 늘 붐비다 사당 낙성대 봉천 신림 신대방 대림 신도림 문래 다시 한 바퀴 내부순환선을 돌아 사당 낙성대 봉천 신림 가난한 사람들이 식식거리며 콧김을 뿜으며 내리는 지하철 2호선은 더운 발자국들로 늘 붐비다
―――――――――――――――――――― 이시영 1949년 전남 구례 출생. 1969년 『중앙일보』 등단. 시집 『만월』 『무늬』 『사이』 『조용한 푸른 하늘』 『은빛 호각』 『바다 호수』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등. <정지용문학상> <지훈상> <백석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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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2013년 4월호에 있습니다.
지난봄 그 4월에는 「교대역에서」라는 시도 봤습니다.
교대역은 3호선도 지나가는 환승역인데도 "교대역" 하면 2호선이 생각납니다.
교대역에서
-김광규(1941~ )
3호선 교대역에서 2호선 전철로 갈아타려면 환승객들 북적대는 지하 통행로와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내려야 한다 바로 그 와중에 그와 마주쳤다 반세기 만이었다 머리만 세었을 뿐 얼굴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 바쁜 길이라 잠깐 악수만 나누고 헤어졌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그와 나는 모두 서울에 살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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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효환 시인은 이 시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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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은 왠지 좀 우중충한 것 같고,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서, 그냥두어도 우중충하게 보일 내가 더 우중충해 보이는 게 싫어서 '웬만하면 타지 말아야지' 했는데, 도대체 내가 어디에 기준을 두고 그런 생각했는지……
그렇지만, 그 교대역에서 나도 반세기 만에 누굴 만나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얼른 외면하고 지나가면서 지난날들을 기억해보기나 하고, 사는 건 다 그렇고 그런 거라고 생각해버린다?
― 그 자리에서 회포를 풀기는 좀 어색하니까 일단 거처나 알아보고 헤어진다?
― 저 시에서처럼 악수나 하고 헤어진다? 그 대신 만면에 웃음을 띠고 큰소리로 안부를 물으며 반가움을 가장한다?
― 무조건 어디 가까운 술집으로 가자고 적극적으로 나선다?
― 적극적으로?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술집으로 가면 무슨 얘기를 얼마나 하게 될는지, 차라리 헤어지고 마는 게 더 나을 일을 공연히 어색하게 되는 거나 아닐지……
― 그것도 아니라면, 그럼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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