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홀로그램 반딧불이 축제」

                홀로그램 반딧불이 축제

 

                                                                  최승호

 

 

홀로그램 반딧불이 축제를 구경 나온 어떤 스님은

반디佛 반디佛이다!

어린애처럼 반가워하고

 

사방에서 어지럽게 날아오르는 반딧불에 둘러싸여

어떤 수녀님들은

개똥벌레 부활하셨네 할렐루야!

수줍은 소녀들처럼 속삭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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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생. 197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대설주의보』 『고슴도치의 마을』 『진흙소를 타고』 『세속도시의 즐거움』 『그로테스크』 『모래인간』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 『고비』 『아메바』 등. <김수영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등 수상.

 

 

   

    Ⅰ

 

 

꼭 30년 전입니다. 타이완 까오슝의 무슨 방갈로 같은 곳에서 하룻밤 지내게 되었는데, 반딧불이가 아주 수없이 많이 날아다녀서 잠깐 우리들 일행을 환영하는 행사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한 보름쯤 돌아다녀서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고, 음식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밀가루빵 말고는 다 맞지 않았고, 잠자리도 늘 불편했고, 어느 곳에서나 에어컨 없이는 살 수가 없지만 심지어 물에서조차 에어컨에서 나는 특유의 그 냄새가 코를 찔렀고…… 불평을 늘어놓으라고 하면 끝이 없을 것 같은 나날이어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갔으면 하는 중이었는데, 그 반딧불이만큼은 눈을 황홀하게 해서 그야말로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아, 저것들이 이 나라에까지 날아왔구나!'

 

최승호 시인은 그 '불춤(火舞)'을 저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스님과 수녀님 말고, 다른 누가 더 등장하면 어떨까, 한참 동안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반딧불이를 보고 좋아할 사람이 스님과 수녀님 말고도 많은데…… 그런 생각도 하고, 나보고 3연을 지어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도 하다가, '그게 아니구나! 시인은 그 3연을 각자가 알아서 지어보라는 뜻이었구나! 그렇게, 이 시를 읽는 사람마다 3연을 지어 '홀로그램 반딧불이 축제'의 수많은 3연이 '선풍적으로' 만들어지면, 드디어 부처님, 예수님께서 그리워하시던 세상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며 이 시를 쓴 것일 수도 있겠구나, 혹 이 시에 눈길을 주는 사람이 몇 사람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몇 사람만으로도 값진 일이라고 여긴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게 되었습니다.

 

 

    Ⅱ

 

 

'홀로그램 반딧불이 축제'.

뭘 좀 분명히 알고 싶어서 사전에서 홀로그램을 찾아봤습니다.

 

홀로그래피에서, 입체상을 재현하는 간섭 줄무늬를 기록한 매체.

hologram [물리] 홀로그래피에서, 입체상을 재현하는 간섭 줄무늬를 기록한 매체. 기준이 되는 레이저광과 물체로부터의 반사 레이저광으로 이루어지는 간섭 줄무늬를 필름에 농담(濃淡)으로 기록한 것이다.

예문(1개) 한국은행은 지폐의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지폐에 홀로그램을 넣기로 결정했다.

 

'이거야 원……'

 

홀로그래피[holography] 빛의 간섭을 이용하여 기록 화상을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촬영하여 재생하는 광학 기술

예문(1개) 아이는 홀로그래피로 만든 사진을 보더니 진짜 사람 같다면서 신기해했다.

레이저 홀로그래피 laser holography]

[물리] 레이저 광선으로 삼차원(三次元)의 물체를 기록하거나 재현하는 기술.

 

또 한 번 '이거야 원……'

그래서, 낱말풀이 전문가들이 나를 아주 잘난 사람으로 취급해서 뭐라고 유식한 설명을 늘어놓더라도, 사전을 찾기 전에 '홀로그램'에 대해 내 머리 속에 어렴풋이 떠올렸던 그 이미지를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현대문학』 2013년 4월호 2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