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 『나의 투쟁』 (상)
서석연 옮김, 범우사 1996
졸고 「역사책을 더 읽혀야 하는 이유」라는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가난한 하급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를 중퇴하고 페인트 공을 하며 살던 히틀러Adolf Hitler는, 제1차 세계대전 때는 하사에 지나지 않았으나 독재정치의 대명사인 나치스(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를 조직하고 군비를 확장한 다음 제2차 대전을 일으킨 놀라운 인물입니다. 선동술도 탁월했지만, 나치스의 바이블이 된 그의 저서 『나의 투쟁』은 극단적인 편견에 사로잡힌 저술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독일 국민의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였으니 그 또한 놀라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책은 방대한 양에 비해 내용은 단순하여 다음과 같은 한 구절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아돌프 히틀러, 서석연 옮김, 『나의 투쟁』(하), 범우사, 1996, 29).
"민족주의적 세계관은 결코 인종의 평등을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종의 가치에 우열의 차이가 있는 것을 인정하고, 그러한 인식에서 이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영원한 의지를 따라 우자優者 또는 강자의 승리를 추진하고 열자劣者나 약자의 종속을 요구하는 것이 의무라고 느낀다."
그러므로 그 논리에 따르면 한때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고 우리가 지배를 받은 것도 강자와 약자의 의무로서의 역사가 되고 말 것이다. 그 일본은 벌써부터 자기네들끼리는 그들이 저지른 그 침략행위들은 이야기하지 않고,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에 기념관을 세워 "봐라, 우리는 약자로서 이러한 슬픔을 겪었다"고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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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의 신문 기사이다.*
김정은, 黨간부들에 '나의 투쟁'선물
생일인 1월 8일에… "히틀러의 제3제국 연구해보라" 지시
북한 김정은(30)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생일인 지난 1월 8일을 맞아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급 간부들에게 독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을 선물했다고 북한 관련 인터넷 매체 '뉴 포커스'가 18일 보도했다.
…(중략)…
뉴 포커스는 김정은이 생일 선물로 '나의 투쟁'을 이른바 '100부 도서'로 인쇄해 당 간부들에게 선물했다고 '북한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100부 도서'란 김씨 일가와 특권층의 문화 취향을 맞추기 위해 세계 유명 도서를 한정 출판하는 책을 말한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최근) 고위 간부들 앞에서 '핵과 경제 병진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1차 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을 짧은 기간에 재건한 히틀러의 '제3제국'을 잘 연구해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뉴 포커스를 인용 보도하며 "과거 김정일이 간부에게 하사하던 선물은 고급 양주 등 사치품이었던 반면 김정은의 선물은 스포츠용품이나 음악 CD, 책으로 내용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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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단치라는 프랑스 작가는, "자신이 약해진 순간에는 독서가 위험할 수 있다. 그 책임은 책이나 책을 읽는 사람에게 있지 않다. 하지만 그 둘의 관계가 불운하게 엮일 때 독서는 위험해진다"고 전제하고,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했다.**
목록 | 읽지 말아야 할 순간 |
『균열 The Crack-up』,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 극도로 우울한 상태에 빠져 있을 때 |
『나의 투쟁 Mein Kampf』, 아돌프 히틀러 | 물가가 치솟은 나라에 살면서 몇 년 째 실업 상태일 때 |
기타 등등 |
이 사례 제시만으로 미덥지 못했을까 혹은 너무 가혹하다고 판단했을까, 샤를 단치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모든 것이 위험할 수 있다. 사실, 인생 자체가 위험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인생을 힐난할 수 있으랴."
이렇게 덧붙인 까닭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위험 요소는 도처에 깔려 도사리고 있지만, 그러니까 이미 위험한 것으로 판단되는 요소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 아닐까? 위험 요소가 있는 상황 자체를 원망할 수는 없다고. 이미 그런 책이 나온 것 자체를 힐난할 필요는 없다고.
그렇지 않겠나? 그런 책을 읽고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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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선일보, 2013.6.19.A22.
2.샤를 단치 지음, 임명주 옮김,『왜 책을 읽는가』(이루, 2013). 이 부분은 「아이를 유순하게 길들이는 독서란 없다」(17~23쪽)라는 글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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