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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천양희 「단 두 줄」

by 답설재 2013. 5. 15.

 

 

단 두 줄

 

 

천양희

 

 

전쟁 중에 군인인 남편을 따라 사막에서 살던 딸이

모래바람과 사십 도가 넘는 뜨거운 사막을 견디지 못해

아버지한테 편지를 썼다

죽을 것 같으니 이혼을 해서라도 집으로 돌아가겠다

이런 곳보다는 차라리 감옥이 낫겠다는 편지였다

딸의 편지를 받아 본 아버지의 답장은

단 두 줄이었다

"두 사나이가 감옥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은 흙탕물을 다른 한 사람은 별을 보았다"

아버지의 단 두 줄은

훗날 딸이 작가가 된 계기가 되었다

단 두 줄의 편지를 소재로

「빛나는 성벽」이란 긴 소설을 썼다

작가가 된 뒤 어느 인터뷰에서 딸이 한 말도

단 두 줄이었다

"나는 자신이 만든 감옥의 창을 통해

별을 찾을 수 있었다"

 

 

───────────────

천양희 1942년 부산 출생. 196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너무 많은 입』 등.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수상.

 

 

 

좋은 날, 좋은 일을 얘기하며 이 시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스승의 날', 나도 교사를 해보았으므로, 올해의 '스승의 날'을 맞이한 착잡한 마음의 교사들에게 이 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옛날에……" 하고 시작할 수도 있을 이야기 같은 시.

 

 

 

「매맞고 욕먹는 교사들… 70%가 "학생지도 고통"」

오늘 사회면 기사 제목입니다(조선일보, 2013.5.15,A12).

∘ 작년에 교사 때린 학생 132명, 수업 중 떠든 학생 지적하면 "내가 뭘 잘못했느냐" 대들어

∘ 말려야 할 학부모가 한술 더 떠, 오답 항의하러 온 학부모는 "씨××" 욕하며 소란 피우기도

 

학생 및 학부모의 교권 침해 현황을 보면, 2009년 1570건, 2010년 2226건, 2011년 4801건, 2012년 7971건이었답니다.

 

또 교사들에게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고통이 되는 부분"을 물어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답을 하더랍니다.

"학생 생활 지도 어려움" 35.5%,

"학력·성적 위주 풍토" 29.8%,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 15.8%,

"학교폭력 등 안전 불안" 8.8%,

"과도한 사교육비" 7.7%,

"기타" 2.4%

 

 

 

그렇다고 내팽개치겠습니까?

물어보십시오, 그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지금 누굴 믿고 그렇게 하는지.

어쨌든 "선생님"뿐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그들은 돌아오고야 말 것입니다.

 

학교는 그나마 참 좋은 곳입니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현대문학』 2012년 12월호(230~231쪽)에 실려 있습니다. 시인이, 이 시를 오늘 우리나라 선생님들께 보여주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너그럽게 받아들여 줄 것 같았습니다.

 

'그래, 보기 나름이지…… 내가 저것들을 아름다운 존재로 봐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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