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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감사感謝

by 답설재 2013. 1. 17.

 

 

 

 

 

감 사

 

 

 

 

 

  지난해 12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자동차와 건물, 그 위로 뿌연 하늘이 내려와 있는 네거리, 네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사무실, 이곳에 이 꽃이 있어 주니까 '아, 여기도 좋은 곳이구나!' 싶어져서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드나든 것이 미안했습니다.

 

  누가, 무엇이, 이곳에 있어 주겠습니까.

  아무 말 없이 있어 주겠습니까.

 

 

 

 

  

 

 

 

 

 

 

  사실은, 고마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혹 내가 지금 귀찮게 여기는 것들, 지긋지긋해 하는 것들, 역겨워하는 것들, 몸서리치는 것들, 내 가슴속의 핏줄들을 가만두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까지도 고마운 것 아닌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만난 모든 것들이 다 고마운 것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지 검토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은, 지금은 그런 걸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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