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사
지난해 12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자동차와 건물, 그 위로 뿌연 하늘이 내려와 있는 네거리, 네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사무실, 이곳에 이 꽃이 있어 주니까 '아, 여기도 좋은 곳이구나!' 싶어져서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드나든 것이 미안했습니다.
누가, 무엇이, 이곳에 있어 주겠습니까.
아무 말 없이 있어 주겠습니까.
사실은, 고마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혹 내가 지금 귀찮게 여기는 것들, 지긋지긋해 하는 것들, 역겨워하는 것들, 몸서리치는 것들, 내 가슴속의 핏줄들을 가만두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까지도 고마운 것 아닌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만난 모든 것들이 다 고마운 것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지 검토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은, 지금은 그런 걸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