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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발견

by 답설재 2013. 1. 13.

 

……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선고받는 위협에 직면했을 때,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이 단 한 가지 우월성만을 인정한다. 즉,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을 자기는 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무렵의 여러 세기에 걸쳐 가장 모범적인 삶과 사상이 무지(無知)의 당당한 고백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그것을 잊어버리면서, 우리는 우리의 사내다움을 잊어버렸다.

 

알베르 까뮈가 「헬레네의 추방」이라는 철학에세이에서 쓴 글입니다.1 현대의 유럽인들이 저 그리스인들에 비해 오만해진 경향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오만하기로야 오늘날 우리들은 까뮈가 살아 있을 당시의 유럽인들 못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는 차라리 자녀가 오만해지기만을 기대하는 것 아닌가 싶고("개구장이라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화이팅!" : 이렇게 쓰고 있는 제가 정녕 미친 건지도 모르지만……), 학교교육은 그런 부모들을 모른 척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되는 데 필요한 교양은 고사하고 부모들의 관념에 '덩달아' 쓸데없는 지식을 퍼부어 주는데만 골몰해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경향을 더 설명할 기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직언(直言) 하면 그냥 '안하무인(眼下無人)'입니다. 도대체 남을 의식하거나 인식하는 일에는 거의 무관심한 교육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데 따른 부작용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그런 교육을 하면서 "이게 왜 이렇지? 아이들이 왜 저 모양이지?" "왜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하는 건 참 우스운 노릇입니다.

 

다 줄이고, 우선 아이들이 주변의 다른 아이들도 "다 잘났다"는 것부터 의식(인식)하는 교육부터 시켜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알려면 우선 남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이 보일 것입니다.

 

언젠가 유니세프(UNICEF- United Nations International Children’s Emergency Fund) 봉사활동을 하면서 교사용 교재를 집필해준 적이 있습니다. 다음은 그 때 그 자료를 이야기한 글입니다.2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습지도 자료로 구성되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어른들에게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맞고틀림’을 구분하지 않는 시험, 그 결과로써 능력의 유무나 수준을 단정하지 않는 시험,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해결할 수 있는 시험도 보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게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선발 시험이 아닌 시험, 그것도 안 된다면 평상시의 학습에서라도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아니, 시험을 보기 전에 우선 이런 것부터 가르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와 같이 공부하고 있는 내 친구들은 모두 긍정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다.’ ‘이 아이들은 모두 나만큼 잘난 아이들이고 소중한 아이들이다.’ ‘모두 사귈 만하고 어울릴 만하다.’ ……. 그렇게 가르치는 것이 당연한데도, 당연한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가 비정상이기 때문인가, 아이들이 비정상이기 때문인가.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3

 

 

발 견

 

목표

  1. 친구들과 자신의 긍정적인 자질들과 장점들을 이해한다.

  2. 이후의 갈등 해소 작업을 위한 토대로서, 각자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준비물 : 발견 용지

 

다음에 해당하는 친구를 찾아봅시다.

 

1. _____에게는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나 책이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2. _____에게는 재미있거나 특이한 취미가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3. _____에게는 자신이 학교에서 특별히 무엇을 하기를 좋아하는 것을 말해볼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4. _____는 최근에 무엇을 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배웠다. 그것이 무엇일까? 5. _____는 최근에 무슨 자랑스러운 일을 하였다. 그것이 무엇일까? 6. _____는 최근에 다른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다. 어떻게 도와주었을까? 7. _____는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8. _____는 학교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다른 언어를 안다. 그것은 어떤 언어일까?

9. _____는 _____에 대하여 아주 관심이 많다. 그 사람은 누구이고 왜 그러한가? 10. _____는 어떤 사람이 싸우는 것을 말린 적이 있다. 어떻게 하였을까?

 

 

진행 순서

 

<1단계>

‘발견 용지’를 한 장씩 나누어준다.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발견 용지에 있는 질문들에 답을 할 친구들을 찾도록 한다. 친구의 이름과 그의 특별한 기술이나 성취에 대한 이야기를 용지에 적는다.

되도록 많은 친구들과 대화하여 보도록 각 학생의 이름을 단 한 번만 쓰도록 한다. 자신의 이름도 한 번 쓸 수 있다. 이 활동은 학생들이 가능한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한다.

 

<2단계>

15분에서 20분 후, 다음 문제를 함께 토의한다.

․ 새롭게 알게 된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친구들에 대해 발견한 점들 중에서 여러분을 놀라게 한 것이 있는가?

․ 자신이 다른 학생들과 어떤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였는가?

시간이 허락되면 교사는 학생을 한 명씩 호명한 후, 지원자를 받아서 그 학생에 대하여 무엇인가 새롭게 발견한 것을 발표해 보도록 한다.

 

응 용

2인 1조를 구성하여 발견 용지를 완성하도록 한다.

 

발 전

  1. 몇 가지 질문들을 좀 더 조사하여 볼 수 있고 우리 반 학생들은 어떤 언어들을 말할 수 있는가와 같은 정보들은 그래프로 그려볼 수 있다.

  2. 각 질문들을 쓰기 과제로 활용하여,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같은 제목의 학급 문고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교과과정과의 관계

    이 활동은 질문하기, 듣기, 기록하기와 같은 의사 소통 기술들을 요구한다. 국어 수업이나 사회 수업에서 어느 지역 사회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탐구할 때 초반부에 활용할 수 있다. 학생들이 서로 더 잘 사귈 수 있는 기회로 학기 초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위에서 인용한 까뮈의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우리가 택해 온 것들은, 오히려 위대함을 흉내내는 일, 첫째로 알렉산더, 그 다음에는 우리의 교과서 저자들이 더할나위 없는 어떤 비속함으로 우리에게 찬미하도록 가르치는 로마의 정복자들이다. 우리 역시, 정복하고, 국경들을 옮기고, 하늘과 땅을 지배해 왔다. 우리의 이성은 모든 것을 쫓아 버렸다. 마침내, 우리는 혼자서 한 사막을 지배하는 것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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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베르 까뮈「헬레네의 추방」(민희식 옮김, 1993, 육문사 교양사상신서 13『시지프스의 신화』부록, 233쪽) 중에서.

2. 졸저(拙著) 『보고 읽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아침나라, 2005), 139~143쪽)

3. 유니세프한국위원회(1998), 『지구촌 클럽 초등학교 교사용 참고자료(실험용)』, 199~201쪽 참조. 원전은 Susan Fountain(1995), Education for Development : A Teacher's Resource for Global Learning(UNICEF), Hodder & Stoughton, London, pp. 199~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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