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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어느 아이의 교사관(敎師觀)

by 답설재 2012. 12. 24.

녀석이 '부평신문 어린이 기자단' 활동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신문사에서 학교 선생님 한 분을 인터뷰해 오라는 과제를 주었는데, 녀석은 방과후학교 로봇 강사를 인터뷰했습니다.

 

무심코 읽다가 '이놈 봐라?' 싶어서 쑥스럽지만 또 옮겨놓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자유로운 우리 로봇 선생님!

 

 

이번에 인터뷰한 우리 로봇 선생님(임기혁)은 내가 만난 선생님들 중에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것이 내가 선생님을 취재한 이유다. 보통 선생님들은 책에 나오는 사람처럼 올바른 것만 추구하고, 무조건 해야 하고 지켜야 한다고 지시한다. 하지만 이 선생님은 다르다. 가끔 엉뚱하게 돈을 조금 들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화를 보는 방법을 설명하는 한편, 번개가 치는 날에는 선생님 친구가 토르라고 하면서 토르가 지금 악당들을 물리치고 있다고 너무 뻔한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1~2학년 애들은 속는다. ㅋㅋ) 그리고 선생님 차에 로봇을 가지러 갈 때, 선생님 차가 상표만 SM3이지 원래 벤츠라고 하시고 낮에는 평범한 차인데 밤이 되면 날개가 생겨서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하신다. 이번에는 재미있는 게임 이야기를 좔~좔~좔 쏟아내셨다. 나는 이런 것이 너무 좋다. 로봇을 만들 때 음악을 들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분 좋게 로봇을 만든다.

우리 선생님은 인천과 부천, 김포에서 로봇수업을 하시고 홍익대 금속재료학과를 나오셨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선생님들과 다른 까닭은 "선생님들마다 스타일과 가치관이 달라서 그런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로봇제작부에 대회참가를 할 수 있는 고학년이 많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셨다. 로봇은 지능발달,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집중력이 향상되는 장점이 있지만, 사실은 할수록 어려운 것인데 사람들은 쉬운 것이니까 저학년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로봇 선생님은 어느 선생님보다도 자유분방한 선생님인 것 같다. 내가 사람다운 선생님을 이제야 만나보는 것 같다. 선생님이 앞으로도 이렇게 현실적이셨으면 좋겠다. 나는 로봇제작부 시간에 보다 자유로워진다. 다음 주, 나는 또 무슨 농담을 듣게 될까???

 

 

 

 

 

 

 

 

 

나로서는 이 글이 녀석이 그동안 쓴 글 중 '대박' 아닐까 싶었습니다. 특히 내 마음에 드는 글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녀석이 나중에 무슨 작가가 되어 보겠다고 나설까봐 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가령 "제가 그림을 열심히 그려서 '고흐'가 되겠습니다!' 할 때 다음과 같이 대답할 할아버지가 흔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그래, 눈물겨운 일생을 보내더라도 후세에 훌륭한 작품을 남기는 건 보람있는 일이지."

 

 내가 많이 건방진 소감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남보다 더 심각하게 읽었을 건 당연합니다. 다른 부분은 두고 끝의 두 문장을 들여다봅니다.

"나는 로봇제작부 시간에 보다 자유로워진다."

"다음 주, 나는 또 무슨 농담을 듣게 될까???"

 

하여간 나는 이제는 정말로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내용은 이럴 수밖에 없는가?"

"우리의 교육목표는 아이들 입장에서 보더라도 정당한가? 그 정당성은 누가, 누구에게 물어보고 확보한 것인가?"

"우리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우리가 배운 것처럼, 그 내용, 그 방법 그대로 가르쳐도 좋은가? 그 목표, 그 내용, 그 방법을 고수해야 하는가?"

"변함없이 그대로 교육해도 좋은가?" …………

 

다른 문제들도 있습니다.

"학교는 언제까지 현재와 같아야 하는가?"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할 사람들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들인가?"

 

녀석의 글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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