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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김윤식 「동백이라는 꽃」

by 답설재 2012. 11. 27.

 

 

 

동백이라는 꽃

 

김윤식

 

이렇게 멀리 내려왔으니 사랑 한번 하자고 하는 것 같아

붉은 비애悲哀의 노래 한 곡 부르자는 것 같아

노을 아래 잔 내려놓고

반들거리는 잎 벗어 몸 차갑게

하고 나서

꽃처럼 툭

눈 감고 남해南海 청동靑銅 시퍼런 바다에 떨어져 죽자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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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1947년 인천 출생. 1987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고래를 기다리며』 『사랑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마음이 저문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길에서 잠들다』 『청어의 저녁』 등.

 

 

 

『현대문학』 2012년 3월호(172~173쪽)에 실려 있습니다.

"아름답다"고 하고 싶은데 적절한 말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다시 한 번 한 줄 한 줄 읽어내려 가 보면, 역시 그런 단어 하나 가지고는 안 되겠다 싶어집니다.

가슴이 '철렁'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을 따라 한 여인을 만나는 장면을 연상한 것처럼.

"이렇게 멀리 내려왔으니 사랑 한번 하자고 하는 것 같아"

저 동백이 저 하늘 어디에서 내려왔다는 것일까요? 아니라면, 남쪽 어디로 찾아간 시인에게 그렇게 고백한 것일까요?

우선 노래 한 곡 부르자는 것입니다.

"붉은 비애悲哀의 노래"

"노을 아래 잔 내려놓고"

그렇게, 이제 곧 돌아가야 할 시간의 노을 아래, 잔(盞) 놓고, 붉은 비애의 노래를 부른 다음,

"반들거리는 잎 벗어 몸 차갑게"

"하고 나서"

동백꽃, 꽃잎이 지듯

"툭"

떨어져 죽자,

"눈 감고 남해 청동 시퍼런 바다에 떨어져 죽자"

다 잊어버리고, 남해의 저 청동처럼 푸른 바다에 뛰어들어 죽자는 것 같은 꽃, 동백…………

 

 

 

 

그 동백이 이 사무실을 드나드는 출입구 옆 화분에 피어 있는 걸 봤습니다.

그렇게 함초롬히 피어 있는 모습을 찍어 두려고 했는데, 저렇게 무언가 '엄청난' 느낌을 주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동백은 언제나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947년생 시인, 시인이 한가로이 동백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꽃잎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리는 아름다움,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