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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대학입시제도와 우리의 미래

by 답설재 2012. 6. 8.

 

 

 

 

 

대학입시제도와 우리의 미래

 

 

 

 

 

 

 

  “대학입시제도 바뀌지 않는 한 미래 없어요”

  한덕수 무역협회장의 경제 전문 일간지 인터뷰 기사 제목입니다.1

  그는 전주 출신(63세)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최근에만도 국무조정실장, 부총리겸재경부장관,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겸대통령특보, 국무총리, 주미대사를 지냈습니다.

 

  어떻게 하여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기자가 “요즘 고졸 채용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1인 회사 100여 개를 창업한 IT 분야 자립형 사립학교인 안산의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의 경우 IT 과학고로 인식돼야 인재들이 더 많이 몰릴 텐데 아직도 과거 ‘상업고’처럼 여겨지고 있어서, 대학입학전형에도 불리한 점이 있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기자가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 교육에서 우선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는 입학사정관제의 열렬한 지지자입니다. 오랜 공직생활 동안 ‘청탁’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교육 문제 때문에 한 번 한 적이 있을 정도니까요. 국무총리 시절 입학사정관제 예산이 고작 20억원이라기에 예산실에 ‘총리로서 이것만은 부탁하는데 예산을 10배로 늘려 달라’고 했습니다. 20억원 갖고 도대체 몇 군데나 할 수 있겠냐고 하면서 말이죠. 그랬더니 예산을 늘려주더군요.”

 

 

                                                                                             Ⅱ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 뜻일까요?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웬만한 지위는 가져야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겠구나’ ‘행정부에는 교육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 그렇게도 없나? 국무총리 아니면 큰일 날 뻔 했구나’ …… 이런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닐 것입니다.

  “대학입시제도를 바꿔야 한다! 특히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얘기쯤일 것입니다. 그랬으니까 기자가 인터뷰 기사 제목을 그렇게 정했을 것입니다. “대학입시제도 바뀌지 않는 한 미래 없어요”

 

  무역협회장의 말이 아니어도 그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걸핏하면 “대학입시제도를 이렇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걸 강조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전혀 바뀌지 않는, 철벽처럼 굳어져 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나 많이 바뀌어왔고, 지금도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들면, 2011년 1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4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방향과 2011년 12월 21일, 문제를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4학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고사 세부시행방안’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교 2학년부터 치르게 되는 수능시험은 국어, 영어, 수학 시험의 경우 난이도에 따라 A형과 B형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여 치르게 됩니다. 즉 학생들은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되는 A형(현재의 수능보다 쉬운) 시험을 볼지, B형(어려운 시험, 만점자가 1%가 되도록 현재 수능의 난이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출제하는) 시험을 볼지 각자가 결정해야 합니다.

 

  더구나 각 대학교의 입학전형은 해마다 해당 대학에서 결정하여 실시하므로 진학지도를 하는 교사들이 구체적인 사항의 변화를 일일이 다 파악하기란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어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아예 그런 정보의 수집에 혈안이 되는 학원을 찾아가 상담을 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Ⅲ

 

 

  그런데도 왜 대학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합니까?

  단편적 지식을 암기해서 다섯 개 중 한 개의 답을 찾아야 하는, 그것도 정해진 시간에, 그러므로 남보다 빨리, 설명은 집어치우고 정확한 답만을 가려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는 그런 시험을 바꾸자는 것 아닐까요?

  그러자면 우리 교육을 송두리째 확 바꾸어야 한다는 뜻 아닐까요?

  설명을 듣기만 하는, 질문을 해서는 안 되는, 창의력을 발휘하기보다는 기억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 이상한 교육을 집어치우고, 생각도 하고 질문도 하고 토론도 하고 글도 써서 발표하는 그런 교육을 할 수 있는 대학입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 아닐까요?

 

 

 

 

 

 

  1. 한국경제, 2012.6.2.A19.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