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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온화한 할머니가 된 '철의 여인'

by 답설재 2012. 3. 21.

 

동아일보, 2012.3.20(화),A1면.

 

 

사진 아래에 이런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철의 여인‘ 대처, 온화한 할머니로 : 전 세계 지도자들을 카리스마로 제압했던 ‘철의 여인’은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되었지만 기품과 권위는 여전했다. 치매를 앓고 있다고 전해진 가운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길 꺼려온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86·오른쪽)가 지난주 런던공원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는 모습이 19일자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공개됐다. 동네 주민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안온한 노년의 일상이 엿보인다. 최근 개봉한 영화 ‘철의 여인’을 보지 않았다는 대처 전 총리는 하루 4시간씩 규칙적으로 자고, 조간신문을 빼놓지 않고 본다고 한다. 외출할 때는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듯 지팡이를 짚지 않는다. 작은 사진은 전성기 때 모습.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영국에는 대처 수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지도자에 대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처는 영국에 처음으로 ‘국가 교육과정’(교육과정 기준)을 도입한 인물입니다. 그때까지는 영국에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대처 수상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당시 문교부장관과 그 이야기를 했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1986년, 대처 수상이 한국을 방문하여 H호텔에서 당시 문교부장관(손제석)을 면담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들은 그때의 상황을 픽션화해보면 이렇습니다.

 

대처 : "한국의 학생들이 국제학력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고, 콩나물 교실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장관 : "귀국에는 학교교육평의회, 너필드 재단 혹은 민간 교과서 출판사, 영국방송공사 등에서 만든 교육과정을 각 학교에서 자유롭게 채택하여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 한국에는 국가 교육과정(교육과정 기준)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개정하여 전국적인 공통기준으로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적용해 왔으며, 현재 제5차 교육과정 개정 중에 있습니다."

 

“다시 영국의 지중해 시대를 열자!”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교육에 있다!”

 

대처는, 우리 장관에게 교육과정에 관한 이 말을 듣고 돌아간 지 2년만인 1988년, 교육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교육개혁법안(Education Reform Act)‘을 제정하였고,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교육과정 국가기준(National Curriculum)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영 연방 국가들은 영국의 교육과정 제도를 도입했을 것입니다. 1996년에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 갔더니, 각 주별로 국가 교육과정의 적용을 권장하고 있는데 학교현장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들 잘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국가 교육과정만 있던 나라였으나 지금은 국가 교육과정을 근거로 학교별로 학교 교육과정을 만들어 실천하는 제도를 적용하고 있고, 영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는 모든 것을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하다가 지금은 국가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하여 우리처럼 학교별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적용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더 잘하는가, 우리가 더 잘하는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가, 궁금한 건 많지만 이제 저는 물러났으니까 알아보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참고 지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