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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그리운 선생님들의 편지(연수 후기)

by 답설재 2012. 2. 10.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서는 여름·겨울 방학 때 각 2회씩 '교과서 개발 전문가 양성과정' 연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방학에는 이 연수에 초등 30명, 중등 40명이 다녀갔습니다.

 

5일간 30시간으로 진행되는 이 연수는, 꼭 교과서 개발을 담당할 선생님들만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과서의 성격을 잘 파악하여 가르치고 싶은 선생님들, 여러 가지 자료 개발을 더욱 전문적으로 하고 싶은 선생님들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 연수를 받고 나면 교과서를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다녀가신 선생님들이 다음과 같은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김윤희 선생님(서울개봉초등학교), 허정미 선생님(서울매동초등학교), 이미진 선생님(서울 중암중학교), 김진봉 선생님(서울 북악중학교), 조보경 선생님(일산고등학교), 감사합니다.

그리운 선생님들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 블로그 게재를 허락해주신 것에도 감사드립니다. 이 블로그는 보는 사람이 거의 없으므로 그때 약속한 대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배부되는 한국교과서연구재단 계간지 『교과서연구』 봄호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부지런히 공부하고 더 노력해야겠다

 

                                                                                                               김윤희 (서울개봉초등학교 교사)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 연수를 받은 서울개봉초등학교 김윤희입니다. 얻은 것이 너무나 많은 알찬 연수였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연수후기를 남깁니다.

저는 경력 13년차인데, 3년째 되던 해에 우연히 국어 참고서, 문제집 집필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11년간 출판사 집필진들이 짜놓은 컨셉과 레이아웃에 맞추어 집필만 하면 되었지만, 국어 교과서, 지도서를 수없이 들여다보면서 늘 ‘교과서를 쓰시는 분들은 어떻게 이런 교재를 만들 수 있는 걸까?’ 생각하게 되었고, 차츰 ‘나도 교과서랑 지도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작은 소망을 키워 나가고 싶어서 올해에는 국어교육 전공 대학원 진학도 하게 되었고, 아이를 외가에 맡기고 일주일간 생이별을 하면서 이 연수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5일간 30시간이었지만, 교과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과 법적 근거, 집필의 어려움, 교재 편집과 디자인,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집필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꼭 교과서 집필이 아니더라도 제가 하고 있는 참고서 집필이나 학교에서 문서 작성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처럼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전국 각지에서 화려한 경력과 실무로 무장하신 강사님들을 초청하셔서 너무 너무 재미있는 강의를 들려주신 점도 참 좋았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강사님들이 사회과 전공에 편중된 듯하여, 국어나 수학, 과학 등 다양한 교과목의 강사님들이 오셔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여러 선생님들의 욕구를 더 많이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무튼 유익하고 알찬 연수였습니다. 짧은 기간이었는데도 교과서 집필에 필요한 다양한 내용이 빠짐없이 들어갔고, 더구나 출판사 견학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마지막 시간에는 지역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셨던 교감 선생님 한 분이 연수를 받은 소감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집필했던 것이 부끄럽고, 이런 연수를 그때 받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그 말씀을 들으며 앞으로 이 연수를 활성화하고,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려면 모두 이 연수를 꼭 이수하도록 권장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사를 선정할 때만해도 방과후학교 강사 연수를 이수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든요.

“글을 쓰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항상 무언가를 읽고 있어야 한다. 글에서 아이들이 느껴져야 제대로 집필한 것이다.” 그 마지막 시간에 교장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도 제 가슴을 콕콕 찔렀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항상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이 참 많구나!’ ‘나도 부지런히 공부하고 더 노력해야겠다.’

감사합니다!

 

 

 좋은 교사가 좋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

 

                                                                                                               허정미 (서울매동초등학교 교사)

 

공문대장에서 "교과용도서 개발 전문가 양성 연수"라는 연수를 발견하고 무척 기뻤습니다.

교과용 도서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개발에 대한 이론적인 절차를 따로 배운 적이 없어 평소 궁금해 하던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교과용 도서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과 책임이 더욱 중대해지는 이 시기에 관련 법령, 정책, 실태, 개발 기획, 편집과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하나하나에 대해 우리나라 최고의 강사님들로부터 다양한 연수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교과용 도서에 관한 이론적인 강의보다 더 가슴깊이 와 닿았던 것은 강의하시는 분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신념,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특히 K 교장선생님께서 교과서 원고를 쓰실 때 어느 원로 교수가 그 원고를 보고 “이 원고는 정교하게 쓰였으나 글 속에 주인공인 아이가 없다"는 평가를 듣고 충격을 받았고, 그 충격이 이후 교과서와 함께하는 길에 변함없는 지침이 되었다는 일화 소개는 저 자신에게도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교육과정에 충실하고 교사들과 아이들이 보기에 좋은 교과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과서를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하였지만 진심으로 아이들의 눈과 아이들의 마음으로 교과서를 개발하였는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방학이 끝나면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아이들의 말을 정성껏 귀담아 들어주는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좋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여러분께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교과서와의 만남을 위한 연수

 

                                                                                                               이미진 (서울 중암중학교 교사)

 

이번 중등 4기 과정 연수를 들은 중암중학교 이미진입니다.

먼저 이렇게 좋은 연수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듣기 좋은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공문으로 교과용도서 개발 전문가 양성 연수를 접하고 무척 기뻤고 감사했습니다.

 

저는 국어 전공인데 작년에 '진로와 직업' 교과서를 쓸 기회가 왔을 때 이 연수를 알게 되었고, 1학기에 바로 신청을 했습니다. 집안 사정이 있어서 교과서 작업을 못하게 되었지만 이 연수는 꼭 듣고 싶었습니다.

연수를 들으며 교과서 실무를 담당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현장에서 집필과 편집, 교정하신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교과서박물관 견학과 출판 공정을 본 것도 뜻깊었습니다.

 

감히 제안을 드리자면, 앞으로 전문가 양성 기본과 심화 과정 연수가 생기면 좋을 듯합니다. 그래서 교육과정과 교과서 제도를 더 자세히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같은 교과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교과서 기획 방향에 대한 뜻을 나누는 모둠활동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연수를 기본과정은 물론 심화과정으로도 확대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교과서 연구 재단 소식이나 연수, 행사에 관한 안내를 메일로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교과서를 선정할 때마다 막막했고, 또 집필의 뜻이 있어도 아는 교수님 팀이 없으면 작업을 하기가 어려웠기에 이번 연수가 정말 뜻깊었습니다.

더 공부하고 준비해서 교과서 심의도 해보고,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새 교과서를 선정할 때 전과 다른 눈으로 좋은 책을 볼 수 있겠다는 사실이 참 기쁩니다.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여러분께서 늘 건강하시고 바라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연수를 추천합니다

 

                                                                                                               김진봉 (서울 북악중학교 교사)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교과서 집필하시는 분, 교과서 집필하실 분,

교과서에 끌려 다니시는 분, 교과서를 끌고 다니실 분,

교과서에 대해 회의적이신 분, 교과서에 대해 호의적이신 분,

교과서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시는 분, 교과서를 뛰어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

교과서에 대해서 내로라하는 전문 강사진이 정형화된 사고의 틀을 완전히 깨어 완벽하게 재구성해줍니다. 후회 없는 선택입니다.

교육공무원은 겸임을 할 수 없으므로 저는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 고용된 알바생이 아님을 밝힙니다.

선착순 조기 마감됨을 넌지시 알려드리며 이만 총총.

 

 

 

『 나도 할 수 있다』

 

                                                                      조보경 (일산고등학교 교사)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책은 교과서가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받은 교과서에 정성껏 이름과 번호를 적고 비닐 포장까지 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참 정성이었다. 지금도 나는 내가 보는 교과서들은 비닐 포장을 해서 보곤 한다.

 

이번 교과서 개발 전문가 양성 과정 연수를 수강하게 된 동기는 교과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조리’ 과목을 지도하면서 “내가 교과서를 만들어서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왔던 터라 연수제목이 참 많은 부담이 있었지만(

) 용기를 내어 신청하게 되었다.

 

한 권의 교과서가 나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배워보고 느낀 것을 요약해보면 두 가지였다.

첫째,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둘째, 나도 만들 수 있다.

교과서는 단순히 지식 전달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필진은 교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그 교과서를 받아볼 학생들의 입장은 물론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연수과정 내내 가장 좋았던 것은, 고등학교 선생님에서부터 교장선생님, 그리고 연구원님들의 살아있는 경험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참 행운이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교육경력이 4년차인 내게 그분들의 산 경험은 어떠한 책보다도 교훈적이었고, 연수를 진행해주시는 분이 문득 문득 이야기해주셨던 짧은 에피소드와 그분의 교육철학도 앞으로의 교직생활에 큰 보탬이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