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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원경렬 교수를 추모함.

by 답설재 2012. 3. 15.

 

 

 

 

           선생님!

바로 연락 주시고 전화까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원경렬 선생님 살아 계실 때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고 저로서는 많은 가르침을 받아 언젠가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너무 늦었군요. 말씀하신대로 원 선생님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면 성함과 연락처를 알려주셔도 좋고, 또 말년에 어떻게 지내셨는지 얘기라도 전해 주십시오. 사진 한 장을 보내드립니다. 선생님 옆에 앉아 있는 학생이 접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김기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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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on Kim

Distinguished University Professor (POSTECH Fellow)

Head, Division of Advanced Materials Science (WCU project)

Director, Center for Smart Supramolecules (CSS)

Department of Chemistry

Poha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POSTECH)

San 31 Hyojadong, Pohang 790-784,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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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역 대합실의 독도모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고 원경렬 교수(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 : 지리영역)님을 회상하는 짤막한 이야기를 해놓았더니 포스텍(POSTECH) 교수 한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분이 43년 전의 원경렬 선생님과 자신을 포함한 제자들 몇 분의 모습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뒷줄의 저 온갖 분장을 한 사람들은, 그해의 5월 2일, 아름다운 봄날, 아마도 한바탕 무슨 공연을 펼쳤겠지요.

 

그 사진을 여기에 싣고, 더구나 그분의 면모를 짐작할 수 있는 사항까지 모두 게재하여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었으나, 원경렬 교수님 생각을 짐작하여 싣기로 했습니다.

"책임질 테니까 그대로 실어도 좋습니다!"

이어서 그러시겠지요.

"어이, 김 교수! 아니, 기문 군! 날 찾아왔네?" "노벨상 받는 건 자네가 책임져라!"

그리고는 또 특유의 우스개 한 자루를 풀어놓으실 텐데…………

 

 

 

 

원 교수님은 제가 그분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제게 독도 모형을 하나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2000년대 초였던가, 아마 무슨 암으로 그만 작고하신 분입니다. 제가 교육부 사회과 편수관이었을 때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만드는 일에 앞장 서신 분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오랫동안 교육부 일을 많이 도와 주셨습니다.

강원도 분들은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배우던 지역 교과서 『아름다운 강원도』로도 원 교수님을 기억하시겠군요.

 

교과서를 만들자고 모아 놓으면, '오순도순'보다는 '티격태격'일 때도 있고, 무슨 나라를 구할 일도 아닌 개인적인 견해 차로 얼굴을 붉히기도 합니다. 물론 새벽 세 시, 네 시가 되어도 그 좋은 호텔 방에서 잠자리에 들지도 않고 열을 올리며 일하기도 했습니다.

고 한면희 인천교육대학교 교수님께서 제가 교육부 근무를 마치고 나가 근무하던 학교 교장실로 찾아와서 하던 말씀도 기억납니다. 그분도 그때 암을 앓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뭐 하려고 그렇게 열심이었을까요?"

요즘도 교과서 만드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있겠지요? 그렇게 합니까? 그때가 그립습니다.

그러면 춘천에서 오신 원경렬 교수님은 우선 우스개부터 늘어놓습니다. 그리하여 분위기가 무르익기 마련이었습니다.

 

 

 

 

오늘은 멋진 제자 한 분이 찾아왔다고, 특유의 웃음으로 자랑을 대신하실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보세요! 내 제자 중에도 유명한 사람 있지 않습니까? 아~ 하하하하……"

그 먼 곳에서도 저 제자가 내게 연락할 것을, 이미 다 알고 계시겠지만………

 

"원 교수님, 제가 사람들 만날 때마다 포스텍 김기문 교수 이야기를 할게요."(나)

"아, 예. 그렇게 해주세요."(원 교수)

"그렇잖아요? 우리 같은 사람은 이렇게, 이런 방법으로 찾아오는 제자도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지 않은가요?"(나)

"그럼요, 뭐, 술병 들고 찾아오는 것만 찾는 건가요? 기억해주는 것이 고맙기만 하지요."(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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