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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송수권 「내 사랑은」

by 답설재 2012. 3. 13.

 

 

내 친구 블로그 『강변 이야기』(2012.3.12. 「꽃 한 송이」)에서.

 

 

 

 

 

내 사랑은                               

 

 

 

송수권

 

 

 

저 산마을 산수유꽃도 지라고 해라

저 아랫뜸 강마을 매화꽃도 지라고 해라

살구꽃도 복사꽃도 앵두꽃도 지라고 해라

하구쪽 배밭의 배꽃들도 지라고 해라

강물 따라가다 이런 꽃들 만나기로소니

하나도 서러울 리 없는 봄날

정작 이 봄은 뺨 부비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때문

저 양지쪽 감나무밭 감잎 움에 햇살 들치는 것

이 봄에는 정작 믿는 것이 있는 때문

연초록 움들처럼 차 오르면서, 해빛에도 부끄러우면서

지금 내 사랑도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크는 것 아니랴

감잎 움에 햇살 들치며 숨가쁘게 숨가쁘게

그와 같이 뺨 부비는 것, 소근거리는 것,

내 사랑 저만큼의 기쁨은 되지 않으랴.

 

 

 

☞  『한국경제』 2012.3.12.A2면. 「이 아침의 시」(소개 : 고두현 문화부장·시인(kdh@hankyung.com)에서.

 

 

 

 

  매일 아침 2면이 궁금한 신문에 실렸습니다.

  그 신문은 그림도 소개하고, 시도 소개하고, …… 그래서 그냥 나갈까 하다가도 펴보게 됩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꽃 저 꽃 다투어 펴서 한창 때는 펑튀기하듯 한달까? "어?" "어?" 하다보면 여름입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걸 생각이나 합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하지 않습니까?

 

  어느 꽃 한 가지를 자세히 쳐다볼까, 온 정열을 다 바쳐볼까? 이 꽃 저 꽃 고르다보면 봄이 다 가고 맙니다.

  '아, 이러지 말고 그 꽃에 마음 둘 걸 그랬나?'

  그러면 이미 봄은 다 갔을 것입니다.

 

  이럴 줄 알았는지,

  아니면 정말로 벌써부터 그렇게 마음 정하고 있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런 꽃들 이리 야단스레 요염하게 곱게곱게 피어나 봤자

  어느 날 속절없이 다 지고 마는 모습을 속상해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라도 했었던지,

  시인은 감잎 움에 햇살 들치는 것을 믿고 있었다고 합니다.

 

  저것들이 지고 마는 걸 좋아할 이 있겠습니까?

 

  그처럼 우리가 마음 둔 이들 하나둘 다 떠나간 걸 좋아했을 리 있습니까?

 

  어차피 다 떠나가는 것이라면

  속절없이 가버리는 그런 인연들보다는

  내 마음 알아주는 저 감잎 움이 차라리 애틋하지 않겠습니까?

 

  사실은 그게 사랑이겠지요, 알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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