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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교과서 편찬(제본) 관련 질의응답

by 답설재 2011. 12. 29.

요즘 전국적으로 교과서를 만드는 일에 골몰하는 교원들이 많습니다. 저는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 건의하여 <교과서 개발 전문가 양성 과정>이라는 이름으로 5일간 30시간짜리 연수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이 연수에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나 교육청 장학사, 연구사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지난여름에는 초등은 겨우 8명, 중등은 20명만 참여해서 재단측은 물론 강사들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좀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오는 1월에 실시될 연수에는 다행히 초등 30명, 중등 40명 정원에 희망 인원이 초과되어 할 수 없이 선착순으로 끊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번에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은 다시 내년 여름에 신청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면 교과서 개발이 끝납니까? 그런 생각은 부질없습니다. 이 연수는 미리 받아두면 언젠가는 요긴하게 써먹게 되고, 더구나 교과서 개발이라면 그까짓 5일 30시간 연수 받는다고 전문가가 될 리도 없습니다. 연수 후에는 스스로 깨우쳐 나가야 할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부터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 연수는 꼭 교과서 개발에 참여할 사람만 받는 것도 아닙니다. 교과서를 알면 교재연구에 '박사'가 될 것은 물론입니다.

 

저 남쪽 지방의 어느 선생님께서 다음과 같은 연락을 했습니다. 모르시면 별것도 아닌 것이 다 궁금합니다. 알고보면 거기엔 아무것도 없는데도 모르니까 무슨 철학이 숨어 있는 거나 아닌가 싶고 그런 것입니다.  그 질문과 답변을 여기에 실어두게 되었습니다.

 

 

교과서 편찬 관련 질의응답

 

 

저는 지난 번 대전 스파피아 호텔 검인정교과서 연수회 때 처음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저를 아실 수는 없을 테고요, 다만 저는 이전부터 선생님 성함과 명성은 익히 들어 왔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회과에 관심이 많기도 하구요.

현재 ○○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울산의 생활'이라는 4-1 사회과탐구 집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니 걱정이 됩니다만, 우선 편한 마음으로 몇 가지 알고 싶어 문의를 드립니다.

 

1. 책의 크기를 말할 때 4*6배판이니 16절이니 뭐니 이야기를 하는데 그 숫자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이를테면 그 크기를 나타내는 수치들을 알기 쉽게 가로 세로 cm단위로 계산할 수 있는 공식 같은 것이 있을까요?

 

2. 초등학교 현장에서 쓰이는 국정교과서 판형은 어떻게 될까요?

 

3. 종이 질에 따라서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미색지? …… ***지 ……등등.

 

4. 교과서에 보면(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책 중간에 보통 책 크기의 2배 되는 접이식 페이지가 들어가곤 합니다. 주로 그림이 많이 들어갈 경우에 해당되죠. 그럴 경우에는 교과서 입찰을 붙일 때 뭐라고 조건을 붙여야 할까요? '**판에 ***절지(접지)?'라고 하나요?

 

5. 사회과 교과서에 지도 같은 것이 양면으로 들어갈 때는 제본이 되는 안쪽 부분의 그림이나 글자가 중복될 수 있는데요, 혹시 기술적으로 양쪽으로 말끔하게 펴도 문제가 없게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있다면 역시 입찰 조건을 붙일 때 어떻게 제시해 주어야 할까요?

 

6. 기존교과서에서 내용을 추가하게 되면 한 페이지만 추가해서는 안 되고 제본을 위해서는 4페이지를 넣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왜 그럴까요?

 

교과서 내용 및 제작과 관련한 질문(저작권 문제 등)은 앞으로 도움 받아야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만, 우선 출판에 대해 너무 문외한이라 위의 궁금한 점들을 여쭤봅니다. 담당 연구사님이 조만간 인쇄소 입찰을 붙여야 한다기에 좀 더 확실히 알았으면 해서 문의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없으시거나 하시면 참고할 만한 사이트를 소개해 주시면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건강 빨리 회복하시고 후배 교사들에게 좋은 말씀 많이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 11. 7.

 

                                                                                        □□ ◇◇초등학교 교사 ○○○ 드림(010-○○○○-○○○○)

 

 

○ 선생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먼저 변명부터 하겠습니다.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놓고 답장하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잊어버렸습니다. 무언가 새는 느낌이 들어서 이메일을 점검하며 이 요청은 답장을 했는가 <수신확인>을 하다가 머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든다는 것을 내세우거나 의식하지 말라고 하지만 적어 놓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때로는 적어 놓은 것조차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정말로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늦게라도 답변 드리는 것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 책의 크기는 아주 다양합니다. 만드는 사람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고, 만드는 사람은 시장(고객)의 요구, 요청, 호응도 등을 감안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외국에서 발행되는 교과서를 보면 그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서 이걸 무슨 형이라고 해야 할까 망설여질 만큼 교과서의 크기도 다양합니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외형체제가 자율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4×6배판이 대부분입니다. 저 옛날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좋지 않았을 때는 국판이 주로 나왔습니다.

책의 규격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습니다.

 

4×6배판(B5) 257×188mm 4×6전지 16절(32쪽) 교과서, 참고서 등

국판(A5) 210×148mm 국전지 16절(32쪽) 교과서, 일반서적

4×6판(B6) 188×128mm 4×6전지 32절(64쪽) 일반서적

국배판(A4) 297×210mm 국전지 8절 (16쪽) 잡지, 월간지 등

타블로이드(B4) 374×254mm 4×6전지 8절(16쪽) 신문, 생활정보지 등

 

판형에는 그 밖에도 국반판, 18절판, 신국판, 30절판, 36판 등이 있습니다. 신국판은 학술서적에 많이 적용되며, 225×152mm입니다. 위에서 4×6전지 16절(32쪽)은 인쇄를 할 때 전지를 16번 접어서 32쪽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4×6전지의 크기는 788×1091mm이고, 국전지의 크기는 939×636mm입니다.

 

2. 요즘의 초등학교 교과서는 거의 4×6배판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발전이 이루어질까요?

 

6. ○ 선생님께서 내용을 추가하게 되면 한 페이지만 추가해서는 안 되고 제본을 위해서는 4페이지를 넣어야 한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신 것은, 4×6전지나 국전지를 접어서 인쇄를 하게 되므로 인쇄의 편의상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실은 페이지는 저 위에서 보신 바와 같이 16쪽이나 32쪽씩 늘어나는 것이 인쇄에서는 아주 편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부득이한 경우 8쪽이나 4쪽씩 늘어나는 것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기에 돈만 많이 준다면 1쪽씩 늘어나도 공장에서는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만큼 자동의 작업이 되지 않고 일당을 많이 주는 수작업을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4. ○ 선생님께서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서는 흔히 한 쪽의 2배가 되는 크기의 종이를 접어서 인쇄한 경우를 문의하신 것도 이와 연관하여 답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만큼 작업이 까다롭고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조치이므로 예산이 많이 들어가도 감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은 일본 교과서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멋으로 하기보다는 정말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가를 따져서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경상북도 포항에서 울릉도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를 보려고 할 때 독도를 제 위치에 표시한 대축척 지도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접이식이 되더라도 한번 쯤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또 한 면의 그림에 여러 가지 정보를 많이 넣어서 학생들이 마음껏 탐구해 보게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접어서 인쇄하게 되면 예산이 많이 들고, 책을 관리하는 데도 그리 편리하지는 않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5. 양면으로 지도 같은 것이 들어갈 때 제본이 되는 곳에 묻혀 버리는 정보가 있으면 학생들이 보기에 불편합니다. 아마 ○ 선생님께서 그것을 지적하신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위와 같이 접어 넣은 방법으로 인쇄할 수도 있고, 특수한 제본을 하여 그곳이 접혀 있으면서도 책을 펴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없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도 역시 굉장한 주의를 요하는 인쇄방법이 되어 효율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보통은 인쇄소에 주의사항을 이야기하여 그 부분의 그림이나 사진, 지도 등이 접히지 않도록 배치하여 인쇄할 수 있으므로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종이의 질은 참으로 다양해서 제가 보기에 교과서 용지는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교육적인 지질을 선택하여 인쇄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질은 코팅 유무에 따라 일반적으로 아트지와 비코팅지인 백상지, 신문용지 등으로 나눕니다. 코팅을 하면 좋은 점도 있으나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썩지도 않는 용지이니 문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용하는 펄프에 따라 화학 펄프 용지, 기계 펄프 용지(주로 신문지)로 나누기도 하고, 쓰임새에 따라 신문용지, 인쇄용지, 코팅지, 기타용지로 나누기도 합니다. 인쇄용지는 표백 처리한 화학용지로 인쇄 품질이나 작업의 편의성 때문에 일반 인쇄에서 많이 쓰이고 교과서에도 많이 쓰입니다. 인쇄용지는 백상지와 중질지로 나누어집니다. 백상지는 모조지라고도 하는 것으로, 백색과 미색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또 백색은 무광지와 유광지로 나누어집니다. 중질지는 표백된 화학 펄프를 섞어서 만들고 백상지에 비해 인쇄품질이 좀 떨어집니다.

종이의 종류에는 그 외에도 박엽지(사전, 성경 등), 특수용지(벽지, 도화지), 정보용지(감광지, 복사용지 등), 위생용지(화장지 등), 포장용지 등이 있습니다.

 

 

○ 선생님.

얼른 답변 드리지 못한 점 거듭 양해를 구합니다. 제 답변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서는 지난여름에 이어 겨울방학 중에도 <교과서 개발 전문가 양성 과정>이라고 하여 5일간 30시간의 직무연수를 실시합니다. ‘전문가’라고 하지만 사실은 기본과정이고 이 연수가 어느 정도 햇수를 거듭하면 심화연수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서도 이 연수를 받으실 만한 선생님이 계시면 한국교과서연구재단 홈페이지의 광고를 참조하시면 될 것입니다.

좋은 교과서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1.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