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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교과서 선진화의 길

by 답설재 2011. 11. 23.

한국교과서연구재단 계간지 『교과서연구』 2011년 겨울호의 재단 이사장(전찬구) 권두언

 

 

 

 

 

교과서 선진화의 길

 

 

 

 

 

  최근의 우리나라 교과서 정책의 흐름을 개관하면 크게 ‘스마트(SMART) 교육’ 추진전략에 따른 디지털 교과서 개발 연구와 국·검정 도서의 인정 전환 확대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디지털 교과서 개발이라는 과제는, 우리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을 확보한 정보통신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자원을 학교교육에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교육의 내용과 방법, 평가, 교육환경 등 교육 시스템 전체를 혁신하는 일의 핵심적 사업으로, 우리나라가 21세기의 패러다임에 맞추어 교육경쟁력을 확고히 하는 중요한 사업의 한 가지로 우리나라의 강점을 활용하여 우리의 교과서 정책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선진화해 나가려는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인정도서 확대 정책은 오랫동안 국·검정 도서가 중심 사고를 탈피하지 못했던 우리나라 교과서 정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실제적 사업의 한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교과서 정책은 초·중등교육을 위한 수많은 교육정책 중의 한 가지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마도 이 정책만큼 어렵고 복잡한 분야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다른 정책들이 대부분 교육환경 혹은 교육활동 지원에 관한 것이라면, 교과서 정책은 교육과정 정책과 함께 학교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교육목표와 교육내용을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일반화되지 않은 내용을 일시적으로 적용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다 하더라도 그 변화의 폭이나 빠르기를 적절히 조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과서 정책이 시대변화에 따라 매우 복잡한 형태로 발전해 온 것은, 바로 교과서 정책의 그러한 복잡성과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과서 제도는 오랫동안 대체로 국·검정 도서 중심이었다. 미군정기 및 교수요목기에 잠시 국정도서와 함께 민간의 자유발행에 의한 교과서가 사용되었고 제1차 교육과정기 이후 국·검·인정 도서가 병용되었고, 이어 국정과 검정 중심의 교과서 제도를 거쳐 최근에는 인정도서가 다시 교과서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국·검정 도서 외의 부수적인 역할만 하던 인정도서가 주종인 교과용도서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현 정부의 교과서 선진화 정책에 의한 변화와 발전이다.

 

  그런 점에서는 흔히 우리나라 교과서 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국정도서를 검정도서로, 검정도서를 인정도서로 전환해 나가고 있으며, 그것이 순리(順理)”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안이한 설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 제도의 변화가 그렇게 단순하다면 그 정책 전환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할 리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국·검정 도서 중심이던 교과서 제도를 인정도서 중심으로 전환한 것은, 한마디로 획기적이고 단호한 변화이며, 그것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쌓여가는 창의적인 ‘산 지식’들을 교과서에 적시에 반영함으로써 미래 사회로의 변화를 선도해 나갈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취지에 따른 것이었다.

  따라서 2010년부터 추진되어온 ‘교과서 선진화 방안’은, 21세기의 교육환경에 알맞은 미래형 교육도구로서의 교과서는 국·검정 중심이 아니라 인정 중심이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변화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검정도서의 인정도서 전환 및 인정도서의 확대가 아무리 선진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그 취지가 저절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정부와 각 지역 교육청 및 학교, 교과서 발행사, 관련 연구기관 등의 협력과 노력이 없이는 그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먼저 인정도서에 대한 인식부터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인정도서는 정부가 발행하는 단일종의 국정도서, 그리고 정부가 심사하여 발행을 허용하는 검정도서 다음의 도서로, 교과서로서의 그 지위가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국·검정 도서에 비해 제작하기도 수월하다는 평가를 하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인정도서를 확대한 정책이 원활하게 실현될 수 있는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행정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우리나라의 검정도서와 인정도서란 심사기관만 다르고 심사관점이나 심사 절차와 심사방법 등이 거의 유사하다면 국가기관에서 검정 심사하던 교과서를 지역별로 나누어 심사하는 차이밖에는 그 의의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과서 발행사들, 각급학교의 연구와 협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실제적으로 교과서를 연구하고, 생산하고, 활용하는 일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교과서 발행사들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전문화되어 가고, 각급학교 교사들의 교과서에 대한 관심과 평가 수준이 향상되어 가면 우리나라의 교육수준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인정도서로 구분된 새 교과서가 정부의 ‘교과서 선진화 방안’의 취지를 구현하는 교과서들로 탄생되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로써 우리 교육의 수준이 한 단계 향상될 것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