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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아, 독도!

홍순칠 대장의 부인 박영희씨

by 답설재 2011. 9. 15.

지난해 9월 16일, 이 블로그에 「독도의용수비대」란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은,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의 활약을 교과서에 실은 이야기였습니다. 그 교과서는 저작권자 교육부, 편찬자 한국교육개발원, 발행 및 인쇄인 국정교과서주식회사, 초판발행 1996년 9월 1일로 되어 있는 4학년 2학기 『사회과탐구』 입니다.

 

 ⇒ 「독도의용수비대」 바로가기 http://blog.daum.net/blueletter01/7637682

 

그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들어 있었습니다.

 

이 교과서가 나온 그해 가을인가 겨울, 어느 여성이 정부중앙청사 휴게실에서 저를 찾았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하며 내려갔더니 마음씨 좋게 생긴 아주머니가 일어서며 맞이했습니다. 순간 긴장이 풀렸습니다. 그 아주머니를 수행하여 옆에 앉아 있던 젊은 남성이 그 아주머니를 소개했습니다.

"이분은 고 홍순칠 대장의 부인입니다."

"아, 예─."('내가 무슨 얘기를 잘못 썼나?')

 

"선생님, 여기 근무하는 분들도 선생님이신가요?" 그 부인이 물었습니다.

"아, 예……"

"선생님, 고맙습니다. 홍 대장이 이제 하늘에서 제대로 눈을 감을 것입니다. 자신의 얘기가 교과서에까지 실렸으니까요."

 

우리는 그 휴게실의 150원짜리 커피를 마셨는데 그 돈을 기어이 그분이 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혹 독도에 가시고 싶으면 연락 주세요. 드릴 것도 없고 약속할 것도 없지만, 그거 한 가지는 해드릴 수 있습니다."

당시는 독도에 아무나 드나드는 때가 아니어서 제게는 참 특별한 선물이 생긴 건데, 1999년 가을, 해군에서 기회를 마련해주어 처음으로 독도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그 아주머니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홍순칠 대장은 그런 분을 부인으로 둔 분이기 때문에 독도의용수비대장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 저를 찾아왔던, 빛나는 이름 홍순칠 독도의용수비대장의 부인 박영희씨 이야기가 신문에 났습니다.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분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랐고, 참말로 궁금했지만 어디 물어볼 데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신문기사를 봤으니 흡사 옛날에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던 사람을 다시 찾은 것처럼 느껴져 스스로 생각해도 어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때, 1996년에 저를 찾아오셨을 때는 '중년 부인이구나' 했는데 지금 사진으로 보니까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하기야 그때는 저도 그야말로 목숨을 바쳐 일하던 중년이었으나 지금은 그 후유증으로 몸과 마음이 다 상한 채 서러움만 남아 온갖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세월은 가고, 추억만 남았습니다.

 

 

 

조선일보 2011.8.16.

 

 

 

 

이분을 한번 더 만나 그냥 그때처럼 차나 한 잔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그 교과서는 옛날 교과서가 되어버렸으므로 굳이 꼭 만나야 할 것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