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기차는 간다」

by 답설재 2011. 8. 11.

 

 

 

 

 

    기차는 간다

 

 

 

                           허 수 경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그리운 것들만 가는 걸까?

  나를 남겨 놓고 저렇게 기차도 가고, 꽃도 지는 거지만,

  말할 수도 없을 만큼 그리운 너 또한 가버렸지만,

  나는 네가 남긴 것들을 나도 몰래 숨겨두고 있었으니,

  그러므로 나는 저 기차가 간 자리에 어른거리는 그리움을 겪는다.

  준비하지도 않은, 지긋지긋한 이 그리움들을 겪어야 한다.

 

 

 

 

'詩 읽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태식 「청명」 서정주 「花蛇」  (0) 2011.10.12
임만근 「행복론」  (0) 2011.09.17
「군산 서해방송」  (0) 2011.07.26
「오래된 밥」  (0) 2011.07.15
김추인「삶의 가운데」  (0) 2011.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