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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아그네스 발차 「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 되었네」

by 답설재 2011. 1. 18.

사무실에 오는 날에는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습니다. 왜 음악만 들려줄 수 없는지, 뭘 그렇게 설명하는지, 오후 두 시의 어느 프로그램처럼 간단한 안내만 해줄 수 없는지, 음악 좀 들려주면서 잘난 체하는 것도 싫고, 까다로운 것도 싫고, 싫은 프로그램이 여러 가지입니다.

극복해야 할 것들의 한 가지일까요?

 

오늘 아침 첫곡은 오페라 『카르멘』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였습니다.

아그네스 발차의 『조국이 내게 가르쳐준 노래』라는 음반에 실린 노래들은, 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 선율은 친숙하고 편안합니다. 그리스가 터키나 독일의 침략을 받았을 때부터 불렸던 노래들이라는 설명대로 우수어린 노래들입니다.

 

라디오에서는 "어느 주부가 뜬금없이 눈물을 흘리며 듣던 음악을 다시 듣고 싶어 신청한 노래"라고 소개했습니다. 음악을 신청하면서 보내는 그 짤막한 사연들을 들어보면 실없다 싶을 때도 있고, 자신의 남편·아내 생일을 진행자에게 축하해 달라고 해서 간지러울 때도 있긴 하지만 사는 게 아기자기할 것이라는 느낌도 없진 않습니다.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는 「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 되었네」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스어로 표기된 것은 봐도 뭐가 뭔지 모르지만, 영어로 된 부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우리글 표기만 본 것입니다. '되겠네'라고 해야 할 것을 '되었네'라고 읽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혹은 '되겠네')」와 「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 되었네」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어느 것이 더 좋을까?'

아무래도 「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 되었네」쪽입니다. 나는 여기까지 '거의 다' 혹은 '많이' 왔으니까요.

 

그런 것인데 오늘 아침 방송 진행자가 그만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라고 깨어 놓았습니다.

음악은 위안을 줍니다. 그렇게 들으며 참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래, 그냥 가자, 가고 끝내자.'

그런 생각도 합니다. 눈물겨운 건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① 그대 귀 뒤의 카네이션 ② 도시 어린이의 꿈 ③ 우체부 ④ 5월의 어느 날 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⑥ 당신이 마실 장미 향수를 주겠네 ⑦ 오토가 왕이었을 때 ⑧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나의 경우 '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 되었네') There will be better days, even for us ⑨ 뱃노래 ⑩ 떠나버린 열차 ⑪ 내 마음속의 공주



 

 

 

 

 

 

 

 

 

 

 

 

 

 

 

* 댓글 옮김 *

 

엘라님은 요즘은 오지 않습니다.

그 엘라님이 이 포스팅에 두 차례에 걸쳐 댓글을 달았는데 첫 글에 제 이름이 나와 있는 걸 새삼스레 바라보다가 지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우는 방법이 없네요!

어쩔 수 없어서 캡쳐를 해서 지우고 여기 본문 아래에 붙여놓기로 했습니다.

엘라님 글만 옮기면 좀 그럴까봐 답글도 함께.

이러나저러나 이름을 아는 이는 알겠지만..........

엘라님은 이제 이런 것에 아무런 관심도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