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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공부 못해도 학자금 빌려준다

by 답설재 2011. 1. 11.

지난해 12월에 「B학점 이하도 학자금 대출, 대출금리도 낮추기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습니다.

 

 

내년 1학기부터는 직전 학기 B학점 이하라도 특별추천제를 통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든든한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중략)…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든든한 학자금 제도 개선 방안'을 지난 10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졍했으며 내년 1학기부터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든든한 학자금' 대출 대상인 소득 7분위 이하 대학생 가운데 직전 학기에 B학점 이하면 현재는 장학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특별추천제륻 도입해 학교장 추천이 있으면 장학금을 받도록 했다. 단 직전 학기를 포함해 전체 학기의 평균이 B학점을 넘어야 한다.

…(후략)…

 

 

'B학점 이하도~'라는 기사 제목에 비해서는 좀 미흡합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이제 성적으로는 아무나 학자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A학점만 신청할 수 있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과 하는데도 못하는 학생은 다릅니다. 우스개 같지만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컨닝조차도 잘 못합니다. 그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A학점에게만 학자금을 주겠다고 하는 건 애시당초 말이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A학점을 받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더 잘 가꾸어간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A학점을 받은 사람들끼리 모여 살면 더 행복해진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A학점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더 잘 이행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저는 정부청사에서 일할 때 S대를 나온 사람이 민원인에게 다른 사람보다 더 팍팍하게 대하는 걸 보고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그 사람도 우리 국민입니다. 못 생겼다고, 성가시다고, 세금 적게 낸다고 다 내쫓아버리면 나중에는 몇 사람이 남겠습니까? 그런 사람 상대로 이야기 듣고 해결해 줄 일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러라고 공무원을 두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생각을 해보면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건 잘못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한번 뒤집어 생각해보면,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 학자금을 대주며 힘내라고 하는 게 더 옳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괜히 핀잔 들을 얘기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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