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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교육감들의 근황

by 답설재 2010. 12. 1.

 

  교육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선거를 치러 그 멋진 자리에 당선된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무언가 변화를 시도해보려고 '고군분투' 하는 분이 더러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감은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도 교육감이 하는 일에 대해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개선장군의 모습으로 교육감실에 들어갔다가 '어라? 그게 아니네?' 주민들이나 선생님들의 소리가 그 건방진 마음을 견제하자 목에 힘을 빼고 앉아 있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교육감은 없을까요? 호통형. 밖으로는 뭘 하는지 조용해 보이지만 교육청 직원들에게 호령하며 지내는 교육감 말입니다. 높은 자리에서 지시·명령하며 지내는 일상에 재미를 붙이면 세월이 참 잘 갈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관료주의는 이웃 일본과 달리 직위가 높을수록 그 재량권이 그만큼 덧붙여지지 않습니까? 앨빈 토플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일본의 관료주의는, 일반 평직원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면 정말로 안 되는 관료주의입니다. 우리는 다릅니다. 평직원이 안 된다고 한 것도 높은 사람이 된다 하면 되는 관료주의여서 민원인 중에는 관청에 들어갈 때 '쎈 척하려고' 일부러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은 채 어깨에 힘을 주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기 제일 높은 사람이 누구야? 응! 당장 나와!!!" "왜 그렇게 폄하하느냐?"고 하면 저는 교육부에 근무하면서 본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가령 누가 1인 시위를 한다면 들어주고 싶으면 들어주고 들어주고 싶지 않으면 들어주지 않는 교육감, 그러면서 부하직원들에게 추상같이 지시·명령하며 지내는 교육감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꼴불견 중에는 참 옛스런 경우도 있겠군요. 무슨 짓을 했는지 주민들에게 비난·비방을 받는 교육감. 그런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한심한 교육감 말입니다.

 

  '우리 시·도 교육감은 위의 세 가지 경우 중 어느 것에 해당할까?', ○○시 교육감은 첫 번째 경우, ○○도 교육감은 세 번째 경우, 그렇게 구분해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꼭 그런 기준으로 위와 같이 설명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뭐냐 하면, 16시·도 교육감들을 놓고 위의 세 가지 기준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 점수를 매겨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다음 교육감 선거에서는 어떤 인물이 당선되겠습니까? 그런 말을 하면 안 됩니까? 이런 생각을 하며 지냅니다. '이젠 옛날식 교육감이 당선될 일은 없을 것이다. 결코!'

 

  저는 현재의 교육감 중에서 선거 방법이 바뀐다 해도 다음 선거에서 재선(再選)될 확률이 높은 경우를 다음과 같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직 멀었으므로 세 가지 경우로 대충 이야기하겠습니다.

 

  인성교육에 힘쓰고 수업방법을 개선한 교육감. 그런 교육감은 틀립없이 재선될 것입니다. 이제는 아무래도 주민의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다 알고 선생님들이 다 알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이 무언으로 다 전달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현 교육감이 열심히 했지, 그렇지 않아? 난 그렇게 봤어." 그러면 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재선될 확률이 높은 교육감은, 교사와 학생들을 괴롭히지 않고 차라리 '가만히 있는 교육감'이 될 것입니다. "현 교육감이 괜찮지 않아? 별 무리가 없지 않아?"

 

  재선될 확률이 낮은 교육감은 어떤 교육감일까요? 이젠 학생들이나 선생님들도 다 안다고 했습니다. 선생님들을 괴롭히고 그렇게 해서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한 교육감일 것입니다.

  그런 교육감이 있다면 명심할 것이 있습니다. '쓸데없는 시책'을 내놓아 괴롭히지 말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정책, 교육행정을 생각해 보십시오. 수많은 정책, 수많은 시책, 제도, 지시, 명령, 지시, 명령, 지시, 명령……… 그것들이 다 어디 갔습니까?

  쓸데없는 시책이 어떤 것이냐 하면, 저 위의 저 인성교육, 수업방법 개선에 해당되지 않는 시책입니다.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쓸데없는 시책을 잘 내는 행정가는 그 시책도 사실은 '인성교육' '수업방법 개선'과 연계된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바로 그런 설명에 속지 않아야 합니다. 아, 이젠 그런 설명에 속을 교원도 없습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다 알고 속지 않습니다.

 

 

 

  그의 권력이 '무소불위'라 하더라도, '×판'을 쳐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감이 혼자서는 정말로 하지 못할 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입학전형방법 때문에 초중등 교육이 말할 수 없이 어렵다는 그 사실입니다. 그건 무소불위의 교육감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도 보고 있지 않습니까? 고 3의 어머니들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살얼음 위를 걷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말로는 그 시험 점수 1, 2점이 "대수롭지 않다" "그보다는 사회성, 자기주도성,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점수가 거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사실, 그로 인한 치열한 '전쟁'(예: 국가 교육과정의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자율학교 지정을 받기 위한 노력, 곧장 교사와 교과서의 자리를 밀어내기도 하는 EBS 방송교재 등등), 그로 인한 기형적 교육 현실을 어떻게 다 열거하겠습니까?

  이 현실을 교육감이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이는 온 국민의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말은 거창하고 그럴 듯합니다. 그러나 그건 구체성이 없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은 교육부(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 대학총장들과 교육감들의 힘이 합쳐져야 가능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 중에서도 교육부의 힘은 막강합니다. 교육감들이 생각을 더 깊이 한다면 함께 모여 이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하면 좋을 것입니다. 이 문제를 그냥 두고는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아무라도 다 압니다. 당장은 그 실적이 눈에 드러나지 않아서 표와 연결될 가능성이 적은 어젠다이긴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우리가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은 것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교육감 노릇 멋지게 해보려면 안에서만 쿵쾅거리지 말고 바로 이것 가지고 한번 덤벼볼 만한데……'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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