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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교육의 진정성 Ⅰ

by 답설재 2010. 11. 23.

 

 

 

교육의 진정성 Ⅰ

 

 

 

  <퀴즈> 교육청에서 내년도의 '학습부진아 지도'에 대한 목표를 세운다고 합시다. 만약 교육감이나 교육과학기술부 담당자가 그 계획을 평가하게 되었다면, 다음 중 어떤 목표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겠습니까?

  ① 학습부진아들을 성심껏 지도하겠다.

  ② 학습부진아들의 수를 반으로 줄이겠다.

  ③ 학습부진아를 없애겠다.

 

  아직 교장이어서 사람들이 그런대로 잘 찾아올 때의 일입니다. 어느 장학사가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청 평가를 대비하고 있다면서 학습부진아 지도 계획(안)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세히 기억나진 않습니다. 아마 부진아의 대부분을 구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한 마디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런 마음 가지고 어떻게 일선의 선생님들을 지도하겠느냐고 했습니다. 그 장학사는 의아해했습니다. 이만 하면 의욕적인 목표치가 아니냐는 눈치였습니다.

  저는 그에게 '교육의 진정성'을 이야기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아이를 지도 대상에서 제외하게 할 작정이냐고 물었고, 이제부터는 학습부진아를 단 한 명도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어도 될지 말지인데, 교육청에서부터 이처럼 어정쩡한 목표를 제시한다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일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고, 미국의 "NO CHILD LEFT BEHIND ACT"의 취지를 알고 있느냐고 했고, 다른 이야기도 더 해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지도해보지도 않고 벌써 부진 학생을 만들 작정부터 하고 있는 선생님도 있기 때문에 그 장학사도 미리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니다.

  그렇다면 아이들 중에도 배워봤자 부진학생이 될 것이라는 준비를 하는 아이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아이들을 여러 명 가르치면 그 중에는 틀림없이 부진한 학생이 있기 마련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는 것이 이처럼 무서운 결과를 낳고, 교육에 진정성을 가지지 않고 잘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 현상에 대해 당연한 일인 것처럼, 그걸 인정하는 것이 무슨 불문률인 것처럼 여기는 데서 이처럼 무서운 결과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말하기와 걷기를 가르친다면, 읽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 못하고 걷지 못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말입니까!

  캘리포니아의 교사 허버트 콜이 그곳 소수민족 아이들에게 읽기를 가르친 경험을 쓴 그의 저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서두에서 한 말이랍니다.

  "학교에서 말하기와 걷기를 가르친다면, 읽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 못하고 걷지 못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그가 이렇게 쓴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읽기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교사와 학교에 문제가 있다. 읽기를 배우는 데 실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만든 학교 시스템의 희생자들이다."1

 

  얼마든지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지만, 교육에 진정성이 없다면 그건 교육도 아니라는 걸 이야기할 수도 있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Wikipedia에 소개된 No Child Left Behind Act의 일부

 

 

 

     <꼭 읽을 필요는 없는 이야기>

 

  허버트 콜은 애시톤-워너라는 뉴질랜드 시골 초등학교 교사가 1963년에 출간한 책 『교사』를 읽고 감명을 받았는데, 그 책에는 애시톤-워너가 마오리족 아이들이 개인에 따라 어떤 단어는 빨리 습득하고 어떤 단어는 늦게 습득하는 것을 발견하고 아이들이 교사의 이야기보다는 아이들 자신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깨달아 학생들에게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했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음악에 실었고, 아이들의 꿈과 경험을 시각적인 수업으로 만들어냈고, 아이들은 충분히 창의적이라고 여겨 점토와 페인트로 작업을 하도록 했다는 이야기들이 실려 등이 있었답니다. 그녀는 자신의 철학을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요약했답니다.

  "당신 아이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생각해 내고 학습에 이를 활용하게 하라."

  그녀의 책에서 감명을 받은 허버트 콜은, 그 내용을 잘 실천하고 그 자신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쓴 것입니다.

 

 

 

 

  1. 고든 드라이든·재닛 보스 지음, 김재영·오세웅 옮김, 『학습혁명』(해냄, 1999), 305~307쪽.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