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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편지

박광수 『광수생각』

by 답설재 2010. 11. 4.

한강변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와 울긋불긋 조금조금씩 달라지는 나뭇잎들이 가을의 한가운데 있음을 알려줍니다.

선생님.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힘겹게 투병중이신 걸 알면서도 걱정을 덜어내려는 저의 이기심으로 늘 평안하시기를 기도한답니다.

유난히 비가 많아 한여름의 시끌벅적보다는 조금 우울했던 여름이 가고 맞이한 가을이라 그런지 시간의 지남이 무척 아쉽고 서운하기까지 합니다.

서점에 갔었어요. 이것저것 보다가 책 제목이 맘에 들어 샀습니다.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박광수 씨의 글과 그림과 애틋한 사랑 詩가 담겨 있더군요.

읽다가 빙그레 웃고 조금 애틋하기도 하고…

이 가을 편하게 (이런 걸로 걱정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후략)…

 

 

'광수생각'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보십시오. 벼룩 이야기는 이걸 소재로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파란편지 「28센티미터만 뛰어오르는 아이」). '어떻게 교육에 관한 내용만 눈에 띄나?' 그럴까봐 '뽀리네 아빠' 이야기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뽀리네 아빠 이야기'는 그때만 해도 '감동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자신이 서글픈 일이긴 합니다. 하기야 지금도 저 만화에서 뽀리네 아빠의 눈동자만 보면 빙그레 미소짓지 않을 수 없는 건 인정합니다.

 

 

 

 

 

 

 

 

 

 

그 '광수생각'을 묶은 책이 서점에 보였을 때 얼른 사두었다가 누구에겐가 선물했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여름 교보문고에 갔다가 새로 나온 '광수생각'들을 보며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돌아섰습니다.

다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 만화책도 이제 많이 팔리기를 바라는 냄새를 풍기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이 순 억지일 것입니다. 많이 팔리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법정 스님은 그만 팔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언을 남긴 것 같은데, 사람들은 더 많이 팔아보려고 애를 쓴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그날 그 책 중의 한 권을 사지 않고 돌아서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참 서툰 사람들』

이 책에서는 어쩐지 제가 그날 느꼈던 그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참 고마운 사람으로부터 받은 선물이기 때문일까요?

어느 날 문득 어떤 내용이 생각나고 이 블로그에 탑재하고 싶은 페이지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 '숙제'부터 해야 합니다. 그 숙제는 "이런 일로 걱정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

그것입니다.

 

 

  <추신>

'광수생각'은,

드디어 첫눈 내리는 초겨울 아침 신문에서

'그곳에도 눈이 내리는지요?' 하고,

철없이 지낸 아름다웠던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식으로 마음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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