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담배 유감(遺憾)·유감(有感)

 

 

 

맞담배 유감(遺憾)·유감(有感)

 

 

 

  만 47년을 피워댄 담배 이야기입니다.

  교육부에 있었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모두들 사무실에서 뻑뻑 피워댔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서너 살이나 위인 선배들이 보는 데서 어떻게 담배를 꼬나물었겠습니까?

 

  요즘은 어떻습니까?

  이제 담배쯤은 완전히 ‘개방’된 것 같습니다. 아파트에서도 그렇고 동네 공원에서도 그렇고 사무실 입구의 카페에서도 그렇습니다. 어떤 젊은이도, 어떤 아가씨도(그녀도 젊은이이긴 하지만), 외면해서 피우거나 하지 않습니다.

 

  산책 나갔다가 거쳐 오는 동네 공원의 그 애들은, 그나마 대학생이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애들은 ‘볼 테면 보라!’는 듯해서 쳐다보기가 오히려 민망하므로 외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장까지 해먹은 주제에 그런 애들을 보면 당연히 "왜 담배를 피우느냐?"고 물어보고 선도(善導)해야 한다는 건 '웃기는 얘기'에 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순식간에 변했습니다.

  지난봄에는 그 공원 주변에서 딱 한 명이긴 하지만 담배를 피우다가 저를 보고 외면하는 젊은이를 본 적이 있고, 그 즈음 어느 전철역 출구 근방에 돌아서서 담배를 피우는 젊은 여성을 역시 딱 한 명 본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는 이런 사람만 봤습니다. ‘봐라! 나 지금 담배 피운다!’

 

  자,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수능식'으로 제시한 다섯 개의 답지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 보십시오. 다만, 금연(禁煙) 문제는 별도로 다루기로 하고, 어른이나 선배 앞에서의 태도 문제만 생각하기로 합니다.

 

  ① 그런 놈들은(‘놈’이 아닌 사람도 많지만) 보이는 대로 엄하게 꾸중하고 지도해야 한다. 동방예의지국이 아닌가!

  ② 겁이 나서 직접 꾸짖지 못하겠다면 어른 자격도 없지만 경찰에라도 연락해야 한다.

  ③ 학교에서 정신을 차리고 잘 지도하도록 교육계를 질타해야 한다.

  ④ 보건복지부와 시청, 동사무소 등이 나서서 질서를 지키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⑤ 담뱃값을 왕창 올려서 피우지 못하게 해야 한다.

 

  미안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변하고 있다. 위의 다섯 가지 중에는 답이 없다’.

  제 생각과 다르시다면 거듭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건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흐름입니다.

  '정치도, 행정도, 사회 문화도, 그 무엇도, 다 여기에 맞추어 변해야 한다.'

  '이렇게 변해가는 걸 인정하지 않고 자꾸 옛날 생각을 하면 제대로 될 것이 하나도 없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건 좋은 방법을 다 동원해서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하지만, 어른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그 시절의 생각으로 교육해서는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습니다. 그걸 명심해야 합니다.

  교육은 변해야 합니다.

  크게 변해야 합니다.

  오늘 당장(빨리) 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