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 가본지 오래입니다.
요즘도 그렇습니까?
“한 곡조 뽑으시라!”고 그렇게 권유해놓고는 정작 벼르고 별러서 그 '한 곡조'를 뽑으면 “한 곡조 뽑으시라”고 사정을 하던 그는 옆 사람과 고래고래 떠들어대고 다른 이들은 각자 다시 한 곡조 뽑을 준비로 곡목집을 뒤적거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마이크를 쥔 사람은 모니터를 쳐다보며 혼자서 가수 흉내를 내고……
내가 받은 메일입니다.
나는 퇴직한 후에도 블로그 <파란편지> 운영한답시고 이렇게 살고
저분은 저분 나름대로 무슨 카페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나는 가물가물하지만
그는 나를 제법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퇴직한 것도 알고
내 건강도 염려하면서
컴맹인 나를 구원하고 싶어하고
컴을 못하면 장관, 군수를 지냈어도 다 소용없다면서
손자 친구 아들 며느리라도 동원해서 자신의 카페에 들어와 ‘클릭’하는 것부터 배우랍니다.
오늘은 내가 이 블로그를 쳐다보며 지낸 시간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장 때려치울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이 생각 저 생각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생각나는 것은
저분과 둘이서 노래방에 들어가
돌아가며 한 곡조씩 뽑는 신세가 된 것 같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지만
서로간에 정보교환이 거의 없는 채 살아가고 있으며
구체적인 예를 들면, 나는 저분보다 다만 맞춤법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만 다른 삶이라는 것, 그것뿐이라는 것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걸 다시 설명하면
저분이 자신의 카페에 가입해서 '말년을 즐기고 행복하게 여가 선용을 하라'는 권유가
나에게는 흡사 저 거리의 약장수를 생각나게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내 블로그는 그렇지 않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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