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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6·25 전쟁인가 한국전쟁인가?

by 답설재 2010. 6. 23.

아침에 우체국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어느 식당을 마련하여 6·25 참전용사를 모시겠다는 내용을 나타낸 현수막이 걸린 걸 봤습니다. 올해는 6·25 전쟁이 일어난지 60주년이 되는 해여서 그런지 이런 행사가 부쩍 많은 것 같습니다.

 

어제 신문에서는 6·25 전쟁 사진전을 하고 다니는 분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어느 젊은이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아저씨, 왜 그러고 다녀요?" 하더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렇습니다. 그러므로 이 전쟁의 이름을 뭐라고 하느냐는 문제도 그리 간단하지가 않고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신문에는 다음과 같이 그 전쟁을 가리키는 용어가 「6·25 전쟁」과 「한국 전쟁」으로 혼용되고 있다는 기사도 실렸습니다.1

 

 

 

 

 

 

나는 한때 교육부에서 편수관으로 근무하며 '이런 용어는 우리가 잘 정리해서 발표하면 교과서에서도 그렇게 사용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은 물론 학자들도 다 그렇게 사용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육부의 결정쯤은 어쭙잖은, 별로 대단치도 않은 학자라도 비웃어버릴 수 있다는 걸 그때는 잘 몰랐었습니다.

 

어쨌든 교육부에서는 ‘국사교육 내용전개 준거안 연구’의 결과를 반영하여 일부 역사 용어를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즉, 1993년 9월에 9명의 역사학자들에게 연구를 위촉하여 1994년 11월까지 연구위원회 주최 학술토론회 개최, 국사편찬위원회 의견서 접수, 연구위원회 보고서 접수, 교육부 준거안 작성, 심의위원회 심의, 국사교과서편찬심의위원회 심의, 국사편찬위원회 심의, 준거안 확정 등의 절차를 거쳐 여러 가지 형태로 쓰이는 용어를 정리한 것입니다.2

'6·25 전쟁'이란 용어는 그때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습니다.

 

○  6․25 전쟁

영문표기를 감안하여 ‘한국전쟁(Korea War)’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외국인은 그렇게 부를 수 있으나 한국인 자신이 ‘한국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많아 현행대로 ‘6․25전쟁’으로 표기하기로 하였다.

또한 학계의 일각에서는 동족간의 싸움을 ‘전쟁’으로 부를 수 있느냐 하는 반론도 있었으나, 서양사의 경우에도 왕실간의 싸움을 ‘전쟁’으로 한 사례가 있고 특히 6․25전쟁은 냉전체제에서 국제적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현행대로 표기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보았다.

 

이렇게 밝히는 이유는 "모두들 '6·25 전쟁'이라는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걸 주장하겠습니까. 그때 우리는 그렇게 결정한 적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언젠가 잘 정리될 것입니다. 다만 이런 일이라면 당연히 '나'보다 '나라'를 앞세워야 합니다.

 

 

♣ 그밖의 용어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 2009. 2. 5일의 「4·19혁명과 편수용어」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blog.daum.net/blueletter01/7637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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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일보, 2010.6.21,A4.
2.『편수업무편람』(편수업무담당자연수자료 : 1995.12)의 ‘근․현대사 관련 주요 역사용어의 이해’(176~180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