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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고백

by 답설재 2010. 6. 2.

 

 

 

고백(告白)

 

 

 

  퇴임 교장 서운(瑞雲) 선생이 며칠에 한 번씩 보내주는 메일을 보면, 가령 일본의 희한한 분재, 중국의 기기묘묘한 풍광, 늙은이들이 힘써야 할 섭생 등등 한가한 사람이면 눈요기가 될 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 자료들을 보면서, 이런 걸 어디서 어떻게 구하는지, 저작권에 걸리는 건 아닌지, 그런 것을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지난달 어느 날에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비겔란트 조각공원>을 소개했습니다. 구스타브 비켈란(vigelend Adolf Gustav 1869~1946)의 작품을 전시한 조각공원인데, 40여 년 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200여 점의 화강암 작품과 수많은 청동작품들로 조성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이 사진들을 보면서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제 어린 시절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엄마'의 품에 안겨본 기억이 없습니다. 제 동생이 일곱 명이나 되고, 그나마 제 바로 밑의 아이까지 살았다면 여덟 명이 되기 때문에 기억이라는 것이 작동하는 연령으로 치면 '엄마의 품'이 잠시라도 제것이었을 겨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이겠지요. 저는 이런 사진이나 그림을 아무래도 어색해하며 살아왔습니다. 제가 교육자로 근무하면서 '부모의 사랑'이라는 걸 강조했다면, 그건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기본적으로 사랑이 필요하다는 잠재의식의 발로였을 것입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해서 제 잘못이 삭제되는 건 아닐 것입니다. 제가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 따른 잘못은 알게모르게 제 주변 사람들, 그러므로 제 아들딸이나 제 제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쳤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무조건 미안할 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랑'은 참 중요한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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