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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아, 독도!

이시영「물결 앞에서」

by 답설재 2010. 5. 26.

물결 앞에서 - 이시영(1949~ )

 

 

울지 마라

 

 

오늘은 오늘의 물결이 다가와 출렁인다

갈매기떼 사납게 난다

그리고 지금 지상의 한 곳에선

누군가의 발짝 소리 급하게 울린다

 

울지 마라

내일은 내일의 물결 더 거셀 것이다

갈매기떼 더욱 미칠 것이다

그리고 끓어 넘치면서

세계는 조금씩 새로워질 것이다.

 

 

지난 5월 14일,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 실린 시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당연한 듯 독도가 생각났습니다. 그 연상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시인이 "그 시는 독도를 쓴 시가 아니다!" 강력하게 해명한다 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봐도 독도 말고는 다른 생각이 전혀 나지를 않으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 시를 소개한 김명인 시인에게도 미안합니다.

 

 

"삶에게 인내의 시간을 권면하는 이 짧은 잠언은 오늘의 고통보다 내일의 그것이 견디기 수월할 것이라는 진혹한 믿음을 드러낸 것이 아니다. 설혹 내일의 파도가 오늘의 물결보다 사납다 할지라도 그것과 맞서려는 무모함을 포개서 세계가 새로워진다는 것. 그리하여 짧은 생을 한탄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이 시의 인내의 이유이며, 변화에의 전망이다. 다소 무책임하게 자연의 섭리까지 끌어들인 이 권유에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역설적인 충족이 있다. 아무런 위로가 없는 것이 삶의 실체라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권고가 아름답고 아프다."

 

 

김 시인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시인의 이 설명을 읽으면서 생각난 것은, 이 시를 읽으며 독도를 그리워하는 것은 또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두 시인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 하면 좋겠습니다.

 

 

 

 

송강초등학교 17회 졸업생의 모임  cafe.daum.net/ssonggang17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이 카페에는 멋진 독도 사진이 참 많습니다. 맨 앞의 사진 한 장을 가져왔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