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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韓․中 교과서 개선 세미나

by 답설재 2009. 11. 15.

 

지난 11일(수요일) 오후부터 어제 오전까지 중국 베이징에 다녀왔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위탁사업으로 추진하는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는 중국 인민교육출판사와 ‘교과서 제도 개선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우리 측에서는, 제가 ‘한국의 교과서 개선 과정’을 발표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 연구원이 ‘교과서 질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현황과 전망’,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연구사가 ‘세계사 교과서 질 개선을 위한 노력’(사례)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의 인민교육출판사에서는 ‘통일성과 다양성의 정합(整合)’, ‘중국 중․소학 교재 다양화와 新과정 개혁 후 교재의 특정 연구’, ‘교재 질량을 제고하는 제도 보장’을 발표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중국은 아직 국정교과서 중심 체제라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및 토론시간이 되었을 때, 교과서 내용 문제로 법률적인 판단을 요청하는 사례나 학자와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나는 사례를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그런 사례는 없다고 했습니다. 향토교재 이야기가 나와서 지역별로 다양한 교재가 있으려나 싶어서 물었더니 그 대답도 신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번에 우리와 세미나를 함께하면서 느낀 바가 많았을 것으로 짐작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의 교과서 제도 개선에 참여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현황이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나라가 중국일 것입니다. 곧 인민교육출판사를 민영화하고 숨가쁘게 변화해갈지도 모르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제가 발표한 원고입니다. 사실은 이전에 다른 곳에 발표한 원고를 축약한 글입니다.




한국의 교과서 개선 과정


                                                                                                                金   滿   坤1)



Ⅰ. 교과서에 대한 인식


1. 교과서의 의미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학생용의 서책․음반․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이 교육과학기술부의 ‘교과서’에 대한 정의이다.1) 이러한 정의는 교육 자료에 대한 일반적 인식의 변화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가령 이전에는 ‘학교에서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학생용의 주된 교재와 그 교재를 보완하는 음반․영상․전자저작물 등’으로 정의했었다.2) 또 교과서를 포함한 ‘교과용도서’의 명칭과 의미에 대하여 ‘각 학교 및 이에 준하는 각 학교의 학생용 도서와 고등학교, 사범학교, 고등기술학교를 제외한 각 학교 및 이에 준하는 각 학교의 교수용의 괘도, 지구의류 등’(1950.4.29, 대통령령 제336호), ‘각 학교의 학생용 도서와 교수용의 괘도, 지구의류 등’(1959.2.23, 대통령령 제1453호), ‘각 학교의 학생용 도서’(1963.7.3, 각령 제1371호), ‘교과서, 지도서 및 인정도서’(1977.8.22, 대통령령 제8660호)로 규정한 때도 있었으므로, 이러한 변화는 교과서나 교과용도서의 의미가 관련 법령에 의하여 그 적절성이 추구되어온 것을 나타낸다.

‘교과서’의 법률적 정의에 비해 “학생들이 배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교과 영역의 학습내용을 책자로 엮은 것”3) 혹은 “국가의 교육이념이나 목표를 구현하는 수단이며 도구인 동시에 학생들의 지적 성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기본적인 자료”4)라는 정의 등 교과서의 가치와 기능에 대한 관점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이루어져왔으나, 국가 교육과정 기준의 역할과 위상이 어느 정도 정립된 오늘날에는 ‘교과서는 교육과정 운영 자료’라는 의미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보편적 개념이 되고 있다.

교과서에 대한 이와 같은 다양한 정의는, 교과서는 교육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비중을 지니고 다양한 양상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따라서 그 영향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2. 교과서의 비중과 교과서관(敎科書觀)의 변화


우리나라만큼 교과서 혹은 교과서의 내용을 중시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세계적 수준이듯 일반국민들까지 교과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교육학자들이 “교과서는 성전(聖典)이 아니고 교육과정의 목표와 내용을 구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학습 자료의 하나일 뿐”이라는 개념을 아무리 강조해도 그 교육적 의도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무모한 시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교과서는 그야말로 ‘성전’일 수밖에 없으며 교과서의 내용은 교육과정의 목표를 불문하고 ‘금과옥조(金科玉條)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교과서가 차지하는, 이처럼 거의 절대적인 비중에 대해 교육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다. 다만, 그러한 비판과 새로운 관점의 연구들이 교과서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뿐이다. 뚜렷한 사례가 한국교육개발원 사회과교육연구실의 보고(1977)로서,5) 이 연구에서는 교과서를 ‘학생들이 지니고 스스로 탐구해나가기 위한 ① 교재내용의 일종, ② 자료의 일종, ③ 학습방법의 지침, ④ 일반 수업 절차의 지침 등’으로 간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자체의 빈약성, 학급 인원의 과다, 빈약한 교구 시설, 자료의 부족, 교사의 지도능력 문제 등으로 교과서를 여전히 구태의연하게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과서관(敎科書觀)의 변화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닫힌 교과서관’ ‘열린 교과서관’으로 정리되기도 했다. 곽병선 등은 ‘닫힌 교과서관’과 ‘열린 교과서관’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설적인 교육현상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6)


교과서관의 재정립

에서

으로

 주어지는 교과서

 선택되는 자료

 틀에 박힌 인간

 창의적인 인간

 권위 있는 내용을 담은 책

 교육과정 자료

 획일성

 다양성

 규제

 자율


곽병선 등은 또 광복 이후 우리나라 교과서 정책은 시대에 따라 다소 기복은 있었다 하더라도 국가가 주관해온 정책기조는 과목당 획일적인 교과서 발행을 근간으로 한 국정제와 제한된 종수 범위 내에서 심사에 통과된 심의본에 한하여 발행을 허용하는 검인정제였으며, 이것은 교과서 발행에 관한 한 국가의 통제가 엄연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닫힌 교과서관’의 시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교과서관이 여러 차례의 교육과정 개정에 의해서도 기대한 만큼 변화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지식 전달 자료로서의 교과서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여 교과서의 질이 교육의 질을 가늠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것은, 최근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가 교육과정이 평가의 기준이 되지 못하고 교과서가 거의 절대적인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만으로도 잘 짐작할 수 있다.


Ⅱ. 우리나라의 교과서 편찬 제도의 변화


1. 교과서 편찬․공급 제도의 비교


세계 여러 나라의 교과서 편찬 제도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처럼 국정제, 검정제, 인정제를 병행하는 나라도 있지만, 그 나라의 교육제도와 정치적․경제적 상황이나 역사적․문화적 배경 등의 차이에 따라 나라마다 매우 달라서 국정제만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있고, 검정제 혹은 인정제, 자유발행제만을 시행하는 나라도 있으며, 검정제와 인정제, 혹은 국정제와 인정제의 병행 등 나라마다 다양한 형태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 교과서연구센터(1999)의「외국의 교과서 제도 및 교과서 사정에 관한 조사연구」에서 현저한 특징을 찾아보면7), 교과서 발행․검정면에서는 초․중등을 막론하고 국가가 교과서를 편찬하거나 검정하기보다 민간 출판사가 발행한 교과서를 국가가 인정하거나 자율채택하게 하는 나라가 더 많다. 이러한 경향은 국가의 발전이 안정된 나라, 앞서가는 나라일수록 더 강하며 특히 인정제보다 학교(교사)에서 교과서를 자율채택하게 하는 ‘자유발행제’가 우세하다. 또한 교과서 공급면에서는 초등의 경우 우리와 같은 무상 지급 형태는 적고 대부분 무상 대여를 하고 있으며, 중등의 경우에도 무상 지급은 거의 없고 대부분 무상 대여 혹은 유상 지급을 하고 있다.


2.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상의 교과서 편찬 제도


우리나라 교과서의 법률상의 위상과 기능, 교과서가 교육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교육의 다른 어떤 요소보다 막강하게 작용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중에서 ‘교과용도서의 선정’에 관한 다음과 같은 규정(제3조 제1항)이 잘 보여주고 있다.


“학교의 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에는 이를 사용하여야 하고, 국정도서가 없을 때에는 검정도서를 선정․사용하여야 한다. 다만, 국정도서․검정도서가 없을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제16조(인정도서의 인정)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받은 인정도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규정의 의미가 포함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교과서는 국정도서와 검정도서, 인정도서로 나누어지며, 학교(교사)에서는 그러한 교과서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대통령령은 또 우리나라의 학교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서에 대하여 분명하게 정의하고 있다(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2조). 즉 교과서 및 지도서를 ‘교과용도서’라 하고, ‘교과서’란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학생용의 서책․음반․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을, ‘지도서’란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교사용의 서책음반․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을 말한다. 또 ‘국정도서’란 ‘교육과학기술부가 저작권을 가진 교과용도서’, ‘검정도서’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검정을 받은 교과용도서’, ‘인정도서’란 ‘국정도서․검정도서가 없는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사용하기 위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인정을 받은 교과용도서’를 말한다.


3. 우리나라 교과서 정책의 변화


우리나라의 교과서 편찬 정책은 개화기와 미군정기 초에 자유발행제가 시행된 적은 있으나, 그 이후로는 주로 국정과 검․인정제를 근간으로 시대에 따라 그 비중을 달리해왔다. 특히 국정제의 강화는 정치 체제의 변천에 따른 통제의 강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야기된 부작용과 입학시험제도도 한 요인이 되었다.8)


  가. 교육과정기별 교과서 정책

미 군정기에는 국정․검인정 교과서도 나왔지만 민간인의 자유로운 개인적 교재 저작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다가, 대한민국 초창기에 이르러 무질서했던 교과서 발행의 창구를 일원화하여 정부 책임 발간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9) 이후 제1차 교육과정기부터 제7차 교육과정기 및 2007년 개정 교육과정기까지의 교과서 편찬 제도를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10)

1955년 제1차 교육과정이 제정 공포되고 그에 따라 국정과 검인정 교과서가 편찬 발행되었다. 교육법에 따라 국․검정 교과서를 정규 교과서로 하고, 인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사용하도록 했다. 국정교과서는 초등학교의 전 교과서와 중․고등학교 도의, 국어, 실과 교과서였다. 교과용도서 검인정 규정의 검정세부지침이 작성 공포되고 수시로 심사와 허가가 이루어져 검인정 교과서의 개발과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채택에 따른 부작용이 일어나게 되었다.

1963년 제2차 교육과정이 개정 공포되고, 교과서는 제1차 교육과정기와 마찬가지로 국정과 검인정제로 발행되었다. 그러나 제1차 교육과정기와 달리 초등학교 교과서의 검인정제를 전면 폐지하고, 교과서 판매 경쟁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을 축소하고 교과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고등학교에 한정된 검인정제도 무제한 인가 방침을 수정하여 각 교과목당 7종으로 제한하였다. 검인정 교과서를 사용한 교과는 국어와 도덕을 제외한 중학교 9교과, 고등학교 13교과, 실업고등학교 4교과였다.

1973년에 초등학교 교육과정, 1974년에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이 개정 공포된 제3차 교육과정은, 국내외 정치적 상황의 급격한 변화로 국가의 지도이념을 교육에 강력히 반영하고 국민정신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고 사회과 교과서를 단행본으로 편찬하도록 하였다.

1977년 ‘검인정 교과서 파동’11)으로 교과서 정책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종전의 교과용도서 검인정령이 폐지되고 새로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이 제정되었다. 국정과 검인정 도서의 명칭이 각각 1종, 2종 도서로 변경되고 1종도서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으며, 편수관이 담당하던 1종도서 편찬을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에 위탁하여 편찬하도록 하였다.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에 규정된 1종도서의 대상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 및 지도서, 실업계 교과서 및 지도서, 인문계 고등학교 국어, 국민윤리, 국사 등이었다. 2종도서의 검정 합격 종수도 5종으로 더욱 제한되었다.

1981년 말에 개정 고시된 제4차 교육과정기에는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에 따라 1종도서인 초등학교와 중학교, 실업계 고등학교의 교과서와 지도서 및 인문계 고등학교의 국어, 국민윤리, 국사 등의 교과서와 지도서는 한국교육개발원과 여러 대학의 연구기관에 위탁하여 개발하였다. 1982년 초에는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이 개정되어 1종도서의 범위가 축소되고 2종도서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1종도서는 초등학교의 교과서와 지도서, 중학교 국어, 도덕, 국사 교과서와 지도서, 고등학교 국어, 국민윤리, 국사 교과서와 지도서 등이었으며, 초등학교 교과용도서는 문교부의 위탁으로 한국교육개발원이 개발하였다.12) 1․2종 도서를 근간으로 하되 부분적으로 인정도서의 길을 열었는데 방송통신고등학교 교과서와 고등학교 자유선택 과목인 철학, 교육학 교과서 등이었다.

1987년에 개정 고시된 제5차 교육과정기에는 중학교 9개 교과, 고등학교 40개 교과목이 1종도서로 편찬되었고, 검정도서는 각 교과목당 5종씩으로 제한되었다.

1992년에 개정 고시된 제6차 교육과정기에는 초등학교 전 교과와 중학교 국어, 도덕, 국사, 고등학교 국어(독본), 윤리, 국사 교과서와 지도서가 1종도서로 편찬되었다. 중학교 영어 등 11개 교과목과 고등학교 화법 등 59개 교과목은 2종도서로 편찬되었으며, 초등학교 사회(3학년 보조교재), 중학교 환경 등과 고등학교 교양교과(철학, 논리, 종교 등)는 인정도서로 발행되었다. 1979년에는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중 ‘인정도서심의회’ 및 유효기간의 신설 등 인정도서에 관한 규정이 보완되었다.

1997년에 개정 고시된 제7차 교육과정기에는 국정도서를 대학 혹은 연구기관, 학회 등에 위탁하여 편찬하는 연구․개발형 교과서 편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현장교사, 학부모, 전문가의 의견청취 기회를 갖도록 하고, 제6차 교육과정기에 도입된 ‘1교과 다교과서’ 체제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보완교재를 개발하도록 했다. 또 현장친화적인 교과서 편찬을 위해 현장교사가 참여하는 연구․집필․협의․심의진을 구성하고 교과서 내용 오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집필 실명제’를 도입했다. 국․검정 교과용도서에 갈음하거나 이를 보충하기 위하여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사회과 및 재량활동 등에서 교육인적자원부장관(또는 교육감)이 심사, 승인한 인정도서의 사용을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특히 인정도서 중 인정을 위한 심의 없이 교과전문가 3인 이상의 합의만으로 교과용도서로서의 사용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여 ‘자유발행제’의 장점을 살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 시책은 주로 고등학교 전문교과 과목 중 교육대상이 극히 희소한 과목에 제한적으로 적용되어 그 효과는 미미하였다.

제7차 교육과정기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전 교과를 포함한 721종의 국정도서와 187종의 검정도서, 134종(인정도서 심의 없는 보통교과 8종, 전문교과 77종 포함)의 인정도서가 편찬되었다. 또 2002년 6월 12일에는 교과서의 다양화․개방화 추세에 부응하여 전자 교과서 도입 근거와 검정 신청 자격 규정 및 검정도서를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교과용도서 발행자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교과용도서 공급대행자 지정 제도를 폐지하여 발행자별 책임 공급제로 전환했다.


  나. 최근의 교과서 정책

2007년 2월말에 개정 고시된 이른바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과정 수시 개정의 논리에 따라 제7차 교육과정의 기본정신과 골격을 유지하는 선에서 보완이 이루어진 교육과정이다. 그러나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고시에 의한 국․검․인정도서간의 양적 변화는 매우 커서 국정도서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전문교과 일부에만 남고 인정도서가 크게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육과정에 따라 2008년 8월 28일에 이루어진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구분 고시는, 종전에 국정도서이던 초등학교 5,6학년 실과, 체육, 음악, 미술 3~6학년 영어, 중․고등학교 국어, 도덕, 국사 교과서를 검정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어서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초․중등학교 보건 과목 신설에 따른 교육과정 부분 수정 고시(2008.9.11)의 후속조치 및 고등학교의 다양한 유형과 특성에 부합되는 교과서 개발을 위해 2009년 1월 21일,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을 수정 고시했다.13) 그 내용을 보면 중․고등학교 보건 2책을 검정도서에 추가하고, 전문교과 필수과목 및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에 대해서는 국․검정도서를 유지하는 선에서 일부 전문교과의 국정도서 71책을 인정도서로 전환하는 한편,14) 내용이 유사하거나 전후 관계로 구성되어 있는 전문계열 과목 34책의 교과서를 17책으로 통합하였다.

이로써 교과서 편찬․공급에 대한 우리 정부의 통제는 최근에 이르러 크게 완화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으며, 초․중등학교 주요 교과의 교과서 편찬 방법에 있어서는 국․검정을 유지하는 선에서 국정교과서가 일부 남아 있고 검인정 교과서가 늘어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교과서 제도는 교과용도서의 저작, 검정, 인정, 발행, 공급 및 가격사정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으로 법제화되어, 교과서의 개편 시기, 편찬 발행 방법, 심의와 검정 절차, 교과서의 구성, 판형, 쪽수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 등 세세한 부분까지 교육과학기술부가 결정함으로써 국가가 통제권을 갖는 정부주도형이다.15) 이러한 경향은 대한민국 정부 초창기로부터 점차적으로 정립되어왔으나, 사실은 ‘일제침략기의 전체적인 통제와 지시, 감독 위주의 교육정책이, 교육과정과 교과서 정책을 획일화, 관료화하는 폐해를 남겼다’는 지적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16) 교과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그동안 얼마나 고질적으로 획일화, 관료화되어 있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의 형태와 최근의 변화 경향에 대해서는 이 세미나의 다른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될 것이므로 본고에서는 최근의 교과서 정책에 따른 과제와 전망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Ⅲ. 최근의 정책에 따른 과제와 전망


1. 교육과정 수시․부분 개정 체제의 적용


교과서는 교육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4년 주기의 교과서 ‘정기검정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교과서의 편찬과 사용이 교육과정 개정과 운명을 같이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 교육과정 기준은 그 위상과 역할을 잘 유지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교육과정 기준만은 범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개정 절차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국가 교육과정은 초․중등교육의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으로 교육의 질적 기회 균등 보장, 교육내용의 체계 및 일관성 유지, 교육의 일정 수준을 유지․향상시키기 위한 객관적 질 관리의 기준, 교육의 중립성 확보, 국민교육을 통해 기르고자 하는 인간상 구현의 기준으로,17) 지방교육자치가 발달하고 교과서 자유발행제가 발달한 나라도 국가 교육과정만은 더욱 강화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교과서 정책은 매우 급속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2003년 10월, 종래의 일시적․전면적 교육과정 개정방식을 수시․부분 개정 방식으로 바꾸었다. 이러한 조치는 급격한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교육내용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국민 각계각층의 교육과정 개정 요구를 탄력적,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현장적합성이 높은 교육정책을 구현함으로써 교육수요자의 만족감을 높이며, 질 높은 교육과정의 산출로 교육의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었다.18)

이후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특수목적고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 개정(2004.11.26.), 공고 2․1체제 교육과정 및 국사 교과 교육과정 개정(2005.12.28), 수학․영어과 수준별 교육과정 개정(2006.8.29.),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2007.2.28), 보건교육을 위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2008.9.11), 초․중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 개정(2009.3.6)을 연이어 추진했다. 이어서 2009년 초부터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교육과정특별위원회에서 ‘미래형 교육과정’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 안은 2011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 개정 동향을 개관하면, 교육과정 수시개정의 취지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은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의 중앙집권형 교육과정 정책에 대한 반작용과 함께 자칫 교육과정 기준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우려되기도 한다. 가령 교육과정 기준은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 의해 개정․관리되는데 비해19) 다른 법률에 의한 교육과정의 ‘총론’ 혹은 ‘각론(교과․영역)’의 개정․관리가 병행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조치이고, 각 교과 교육과정별 이해 당사자들만의 의견을 중심으로 비교적 용이하게 개정을 추진해나간다면 범국민적 합의로써 이루어져야 하는 초․중등교육의 성격이 흐트러질 가능성도 있다. 또 국가 교육과정 기준에 소홀하게 되면 교과서 정책에 대한 인식은 더욱 소홀해질 수도 있다는 것도 유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과정위원회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바로 이러한 우려를 고려한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2. 초․중등학교 인정도서의 확대


우리나라 교과서 제도는 ‘초․중등교육법’과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으로써 엄격한 국가 관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국․검․인정제 교과서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각각의 교과서를 사용하는 경우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으므로, 자유발행제는 금지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 개발을 지향하는 자유발행제 도입 논의가 활발하며, 정부에서도 국․검정도서의 인정화에 적극적이므로 이러한 경향을 발전시키면 자연스럽게 자유발행제를 병용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20)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2009년 1월 21일,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고시(2008.8.28)의 내용을 수정 고시하면서, 중등학교의 경우 전 교과목의 지도서와 일부 전문교과의 교과서를 인정화한 조치에 더하여 추가로 71책의 전문교과 국정 교과서를 인정도서로 전환했다.21)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 고시에 즈음하여, 이는 고등학교의 다양한 유형 및 특성에 부합되는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한 조치이며, 전문교과 필수과목 및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은 국․검정제를 유지하되, ․산업현장의 흐름을 신속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는 과목(예;컴퓨터그래픽), ․교과서 주문이 전혀 없는 과목(예;특수인쇄), ․특성화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매우 필요한 과목(예;제과제빵), ․기존에 개발된 유사 인정도서가 다수 있는 과목(예;애니메이션제작)을 전환원칙으로 하여 인정화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국․검․인정 구분 고시 내용은, 관점에 따라서는 아직도 미흡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나 그동안의 우리나라 교과서 정책이 지나친 정부주도형이었으므로 그러한 형태를 탈피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로써 교과교육을 전공하는 학자들이나 현장교육에 전문성을 지닌 교원들이 대거 등장하여 이른바 ‘현장친화적’인 교과서나 지도서를 연구․개발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동일 교과목에 대해 다수의 인정도서가 개발․활용되는 경향이 일반화되어 우리 교육을 다양화하고 실제적인 수준을 높이면서 교과용도서 자유발행제 도입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을 든다면, 아직은 현장의 인정도서 연구․개발을 조장․지원하는 시책이나 안내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획기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정도서 연구․개발에 대한 교과서 발행사들의 관심이 고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정책에 대한 안내와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1) 대한민국 남양주陽地초등학교 교장, 전 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과정정책과장.

 


 


1)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일부개정 2008.2.29 대통령령 제20740호), 제2조(정의) 제2항.


 

2)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제17차 개정 2000.6.19 대통령령 제16841호), 제2조(정의) 제2항.


 

3) 洪雄善(1979),「교과서의 역할과 기능」,한국교육개발원,『교과서 구조개선에 관한 연구 세미나보고서』P.1.


 

4) 중앙교육연구소(1969),『교과서의 내용분석과 행정에 관한 연구』(프린트), P.ⅴ및 李榮德 외 2인(1968),『국민학교 교육과정과 학습지도의 분석적 연구』(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연구소, 프린트), P.129.


 

5) 韓冕熙 외 6인(1977),『새 교과서의 모형개발에 관한 연구-국민학교 사회과 교과서를 중심으로-』(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 제54집), P.14.


 

6) 郭炳善․李惠英(1986),『교과서와 교과서 정책』한국교육개발원(교육개혁심의회 위탁과제 답신보고서), PP. 27~31 및 130~131. 및 교육부(2000),『교과서 백서』P.3~4.


 

7) 교육인적자원부(2005),『외국의 교과서 제도 및 교과서 상황』(교육과정 연수를 위한 번역자료 259).


 

8) 郭炳善․李惠英, 상게서,PP. 85~86. 및 金在福․咸水坤․具자억․金洪源(2002),『편수제도 개선방안 연구』(교육인적자원부 정책연구과제 답신보고서), P. 14.


 

9) 朴붕배(1982),「미군정기 및 초창기의 교과서」한국교육개발원,『한국의 교과서 변천사』, PP. 56~58.


 

10) 郭炳善(1994),『현행 교과서 제도 개선방안』, PP.48~51., 金在福 외(2002),『편수제도 개선방안 연구』(교육인적자원부 정책연구과제 답신보고서), PP.12~16., 許江 외『한국 편수사 연구(Ⅰ)』(2000 한국교과서연구재단 학술연구보고서), PP.43~44.


 

11) 1977년 3월, 중․고등학교 검인정 교과서를 독점으로 제작, 공급해오던 한국중등교과서주식회사와 고등교과서주식회사가 교과서 내용 수정과 가격인상을 둘러싸고 문교부 담당자들에게 뇌물을 주었다고 알려져 편수국장 등 13명이 구속되고 16명이 입건된 적이 있었으나, 1984년 3월 및 1990년 7월,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났다(許江 외,『한국 편수사 연구(Ⅰ)』2000 한국교과서연구재단 학술연구보고서, PP. 455~459),


 

12) 한국교육개발원은 1972년 8월 30일에 새로운 한국적 교육 질서의 확립을 위해 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 등에 관한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개발의 임무를 띠고 출범한 종합교육연구기관이다. 1997년 8월 22일, 교육과정과 평가에 관한 연구를 위해 설립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육과정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됨으로써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과정 연구 인력은 대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13) 2009년 1월 21일의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수정 고시’에 따라 초등학교의 국정도서는 교과서 117책과 지도서 68책, 전자저작물 27종, 음원자료 2종, 검정도서는 교과서 11책과 전자저작물 4종, 지도서 11책이 되었고, 중학교의 국정도서는 생활외국어 교과서 5책과 듣기자료 5종, 검정도서는 교과서 56책, 인정도서는 지도서 28책, 교사용 음원자료 3종, 고등학교 보통교과의 국정도서는 외국어와 교양의 교과서 3책, 듣기자료 2종, 검정도서는 교과서 89책, 인정도서는 교과서 2책, 지도서 7책, 교사용 음원자료 1종, 고등학교 전문교과 국정도서는 교과서 249책, 검정도서는 교과서 14책, 인정도서는 교과서 154책이 되었다.


 

14) 국정도서였던 것을 인정도서로 전환한 71책은 과학계열 15책, 예술계열 9책, 외국어계열 32책, 공업계열 5책, 상업․정보계열 4책, 수산․해운계열 1책, 가사․실업계열 5책으로, 이로써 국정도서는 530책(2008.8)에서 442책으로 줄어들었다(2009.1.21.,교육과학기술부 발표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수정 고시’ 참조).


 

15) 金在福․咸水坤․具자억․金洪源(2002),『편수제도 개선방안 연구』(교육인적자원부 정책연구과제 답신보고서), P.15.


 

16) 郭炳善․李惠英(1986), 상게서, P.85.


 

17) 교육과학기술부(2008),『초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Ⅰ』및『중학교 교육과정 해설 Ⅰ』PP.12~13.


 

18) 교육과학기술부(2008), 상게서,P.91 참조.


 

19) 초․중등교육법 제23조 (교육과정 등) ①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 ②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며,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정한 교육과정의 범위 안에서 지역의 실정에 적합한 기준과 내용을 정할 수 있다. ③학교의 교과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0) 郭炳善 등은 자유발행제에 대해 ‘약한’ 의미, ‘보통’ 의미, ‘강한’ 의미의 자유발행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약한’ 의미나 ‘보통’ 의미의 자유발행제는 저작→발행→인정의 절차를 거치지만 ‘강한’ 의미의 자유발행제는 비교과용 도서가 사용 가능한 형태이며, ‘약한’ 의미의 자유발행제는 국가 교육과정의 지침과 인정심사기준에 따라 인정된 인정도서목록에 한하여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 郭炳善 등(2004),『교과서 발행제의 다양화에 따른 자유발행제 도입 방안 연구』(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보고서),P. 89.


 

21)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정하는 교과목의 인정도서’는 시․도교육청 인정도서심의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교과용도서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학교의 경우 국어, 도덕, 사회, 특별활동 지도서 등은 ‘교육청 심의 인정도서’이나 교육청 주관으로 개발하는 도서는 인정도서심의회 심의를 생략할 수 있다고 하고, 고등학교 보통교과 중의 교양과목 교과서 및 국어, 도덕, 사회, 역사, 특별활동 지도서도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2009.1.21.,교육과학기술부장관,「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수정 고시」및 설명자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