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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이런 기사

by 답설재 2008. 9. 11.

지난 9월 5일 C일보에서 본 기사입니다. 난처한 점이 있어서 숨겨놓은 □□, ○○이라고 표시한 부분에 어떤 말을 넣어야 할지 생각해보십시오.


중․고 교사 절반 “○○교육 불충분”


국내 중․고등학교 □□과 교사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인연합회와 한국교총이 전국 중․고교 □□과 교사 26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교사 중 58.4%가 학생들이 장래 사회구성원 구실을 수행하는 데 현재의 학교 ○○교육이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는 의견은 33.7%였고, ‘충분하다’는 7.9%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또 학교 ○○교육 문제점으로 ‘이론 위주 ○○교육’(35.4%)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학생들의 낮은 흥미도’(24.4%), ‘시험대비 ○○교육’(14.1%), ‘수업시간 부족’(12.8%), ‘교수․학습자료 부족’(6.9%), ‘교사의 ○○교육 인식 부족’(6.4%) 등이 뒤를 이었다.

                                                                                                   ◇◇◇ 기자


<검토1> ○○에 어떤 교과나 과목을 넣어야 할까요? 국어? 도덕? 수학? 과학? 사회? 체육? 음악? 미술? 실과(기술․가정)? 외국어(영어)? … 역사? 지리? 일반사회? 경제? 신용? 금융? 미디어? 무용? 수영? 다문화? 영양? 비만? 보건? 교통안전? ……. 초등학교 교사들이야 어떤 교과의 교육이 불충분하다고 딱 부러지게 얼른 대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교사들이라면 거의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목을 들지 않을까요? 생각해보십시오. 음악 교사가 “그야 미술 시간이 부족하지요.” 하고 대답한다면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사정으로는 우습지 않겠습니까. 또 생각해보십시오. “내가 담당한 교과목은 시간이 충분합니다.” 그렇게 대답한다면 당장 “그런데 왜 아이들 학력이 그 모양입니까?” 하고 대어들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더 중요하게 지적되어야 할 것은, 우리나라는 각 교과목의 이른바 ‘밥그릇싸움’이 아주 치열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회과(지리, 역사, 일반사회의 각 영역), 과학과(이른바 物化生地)가 그렇고, 요즘은 체육과도 그런 교과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각 교과목의 전문가 혹은 담당교사들의 의견을 들어서 교과 편제를 구성한다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집에도 가지 못하고, 밤에 잠을 자지도 못하고 공부만해야 하는 현상이 -지금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지만- 벌어질 것입니다. 각 교과목별 시간배당기준은, 그래서 교육과정 일반(총론) 전문가들이 정해야 합니다. 위의 기사에서 ‘보통이다’라고 답한 33.7%, ‘충분하다’고 답한 7.9%의 교사들은, 그러므로 참으로 적절하고 현명하고 용감한 답을 한 교사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학교교육과정을 만들지 않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어떤 교과 혹은 어떤 영역이 시간이 모자란다고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요? 초등학교처럼 각 학교에서 단위학교별 교육과정을 편성한다면 모자라는 영역은 늘여주면 되는 것 아닐까요? ‘밥그릇싸움’ 때문에 한 시간도 양보할 교과나 영역이 없답니까? 그러면 각 학교에서 그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하라는 국가나 교육청의 지침은 잘못된 것입니까?

 

<검토2> ○○교육의 문제점은 ‘이론 위주 ○○교육’(35.4%), ‘학생들의 낮은 흥미도’(24.4%), ‘시험대비 ○○교육’(14.1%), ‘수업시간 부족’(12.8%), ‘교수․학습자료 부족’(6.9%), ‘교사의 ○○교육 인식 부족’(6.4%) 등이랍니다. 수업시간 부족에 대해서는 위에서 보았고, 그 나머지 문제점들은 대체로 가르치는 교사에게 문제가 있거나 그 교사들이 유념해야 하는 사항들이 아닐까요? 제 해석이 잘못된 것입니까?

‘이론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까닭이, 교육과정이 잘못 구성되어서입니까? 아니면, 교과서가 시원찮아서입니까? 학생들이 그 교과나 영역에 흥미도가 낮은 까닭은 무엇 때문입니까? 여러 가지겠지요. 그러나 한번 잘만 가르쳐보십시오. 아이들이 왜 재미없다고 하겠습니까? 시험 대비 교육은 누가 시키는 겁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가르쳐달라고 합니까? 중․고등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휘둘리며 가르칩니까? 교수․학습자료도 부족하답니다. 그러면 당연히 더 구입하거나 제작․수집해야 하겠지요. 학교 예산이 없습니까? 그 참 이상한 일입니다.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도 부족하답니다. 그러면 연수를 받고 연구를 해야 하겠지요.

○○교육에 관한 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부분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검토3> 저는 짤막한 이 글에서 ○○교육을 담당한 그 교사들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그게 이 글의 주제가 아닙니다. 도대체 위에서 본 기사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의도입니다. 우선, ‘장래 사회구성원 구실을 수행하는 데 현재의  ○○교육으로는 불충분하다’는 평가만으로는 누구를 설득시킬 수 있겠습니까. 가르칠 내용은 이러이러한데 시간은 저렇다고 절대적인 평가를 하든지, 어떤 교과목은 이러이러한데 ○○교육은 이러이러하다고 상대적인 평가를 하든지 해야 그 의도를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자기네들끼리 ‘핏대’를 올리는 경향이 짙습니다.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조사 결과도 그렇습니다. ○○교육을 담당한 교사들이 자신들의 단점을 스스로 드러내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교사들이 우리는 이론 위주의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까? 교사들이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흥미도가 낮은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까? 교사들이,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번히 알면서 시험 대비 교육을 시킵니까? 교수․학습자료가 부족하다면 교수․학습자료 구입비는 어디로 갔을까요? 교사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요?

한마디로 그러한 조사를 한 이유가 불분명합니다. 교사들이 그러한 반응을 나타내도록 한 조사자의 관점이 전혀 소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기사가 참 어처구니없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