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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장 컬럼

오남에 사는 이유

by 답설재 2007. 10. 17.

 

 

 

 

흔히 이야기하기로는 편의시설이 좋고 교통이 편리하고 학교나 학원 등 자녀교육의 조건이 좋고 환경이 쾌적한 곳의 집값이 비싸다고 하는데, 또 다른 조건도 있습니까? 아니, 여러분은 그러한 조건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여러분은 왜 오남에 집을 구하여 살고 있거나 오남에 직장을 두고 있습니까?

 

오남은 연혁을 봐도 별것 없습니다. 1983년에 오남리, 팔현리, 양지리가 진접면에 편입되었고, 1992년에 오남출장소가 생겼으며, 1995년에 오남면이 되었고, 2001년 9월에 오남읍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오남’이라는 지명은 오산(梧山)의 ‘오'자와 어남(於南)의 ‘남'자를 따서 유래한 것이라 하기도 하고, 세조가 묘지를 찾으러 광릉으로 가는 길에 건너다 본 곳이라 하여 ‘어람리(御覽里)'라 한 것이 와전되어 ‘의냄리', ‘어냄이', ‘어남'이라고 불러오다가 ‘오남'으로 되었다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오남‘을 한자로는 어떻게 쓰고 있습니까?

명소로는 팔현유원지, 양지리 향나무(천연기념물 242호), 지금은 유원지가 된 오남저수지 정도가 소개되고 있습니다(그러나 오남 사람들은 왜 그 좋은 저수지 가는 길을 그렇게 버려두고 있을까요). 인구는 5만에 가깝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5만을 넘었을까요?

자, 그러면 이제 왜 우리는 오남에 있는지 답하실 수 있습니까?

 

미국의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 10월호가 발표한 ‘리빙 그린(Living Green)’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이며 살기 좋은 나라로 핀란드가 선정되었답니다. 핀란드는 북부 유럽에 위치한 나라로 깨끗한 대기와 수질, 낮은 유아질병 발병률, 수질 오염 및 자연재해에 대한 철저한 보호책 등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핀란드는 인구가 약 5백만이고, ‘산타클로스의 나라’입니다. 그러나 강대국들 사이에 끼여 800여 년간이나 스웨덴, 러시아 등의 지배를 받기도 했고 부존자원도 목재뿐이며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북부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리던 나라였지만, 지금은 세계 여러 기관이 측정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늘 선두권을 유지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2위는 아이슬란드, 3위는 노르웨이, 4위는 스웨덴, 5위는 오스트리아, 6위는 스위스, 7위는 아일랜드로 모두 유럽 나라들이고, 8위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 9위는 우루과이, 10위는 덴마크였으며, 일본은 12위, 미국은 23위, 영국은 25위, 한국은 35위, 중국은 84위이고, 141개국 중 가장 살기 나쁜 나라로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가 꼽혔답니다.

 

또,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는 스웨덴의 스톡홀름이 세계 72개 주요 대도시 가운데 1위로 선정되었고, 그 다음은 오슬로(노르웨이)와 뮌헨(독일), 파리(프랑스), 프랑크푸르트(독일) 순이며, 뉴욕(미국)과 런던(영국)은 각각 15위, 27위였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이 18위로 가장 높고 일본은 20위, 우리나라 도시(서울)는 52위를 기록했으며, 2008년 하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인 중국의 베이징은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불결한 도시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답니다(문화일보, 2007. 10. 6, 21면).

 

이 발표에서 마음에 집히는 것은 살기 좋은 곳이란 무엇보다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저는 다른 나라를 별로 돌아다녀본 적은 없지만, 그럴 듯한 도시들은 대체로 도심 한가운데에 들어가도 근린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 그리 답답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시설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이 생각납니다. 반면 서울에 들어가서 전철이나 버스를 내리면 때로는 기침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워진다는 것도 생각납니다.

 

유럽의 슬로바키아라는 나라에서 귀국하여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에 들어갔다가 단 사흘 만에 그 학교를 떠나 제가 근무하던 그 학교로 전학 온 학생과 그 부모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가족이 황급히 서울의 그 학교를 떠나온 이유가 궁금했는데, 서울에서 아토피를 앓고 있던 그 아이가 어디를 가든 우리나라의 시골 같은 느낌을 주는 슬로바키아에 사는 동안에는 그 아토피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지냈으나,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그 아토피가 극성을 부려서 부랴부랴 서울을 떠나게 되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우리가 별일 없이 이렇게 살고 있는 동안에는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둘만큼 마음이 한가하지도 않지만, 그 학부모처럼 특징적인 일을 겪게 되면 ‘아, 이건 사소한 문제가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 환경문제인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에 어느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사람은 가능하다면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바닷가 마을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다음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순박한 마음과 넓은 가슴으로 사회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뜻일까요? 그럴듯한 생각이지만 그것을 실현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이 시골 오남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다는 것에는 안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우리 학교에 왔을 때 교장실에 들어와 인사를 하신 어느 어머님께서는 친정과 시댁이 모두 서울에 있는데, 아이들 때문에 오남으로 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살다보니까 별로 불편한 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고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