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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희망3

지나가버린 꿈의 나날들 나는 지금 자그마한 아파트에 삽니다. 처음엔 돌아눕기도 어렵겠다, 숨 쉴 곳도 없다 싶고 여러 가지로 불편하더니 지금은 이만해도 괜찮다고 여기며 살아갑니다. 이 아파트에서 이렇게 작은 집들은 3개 동입니다. 어쩌다가 젊은 부부나 어린아이와 사는 집도 있지만 다 늙어서 부부가 등산이나 다니거나 뭘 하는지 둘이서 들어앉아 있는 집이 많습니다. 젊은 아주머니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잠깐이라도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늙어버린 부부가 타면 그들끼리나 서로 간에나 아무 말이 없고 무표정합니다. 주차장에 내려가보면 평일인데도 차가 별로 빠지지 않습니다.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사 오는 집을 봐도 그런 사람들입니다. 들어갈 공간이 없어 버려져야 마땅한 서장, 저렇게 어처구니없이 큰 액자 같은 물건이.. 2023. 9. 3.
하루 또 하루, 내일에 대한 기대 아버지는 손자와 손녀가 태어나면서 할아버지가 달라진 것이라고 추측했다. 내가 출판사에 편집자로 취직했을 때, 할아버지는 무척 기뻐했다.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이 우주를 인식하기에 육신의 삶은 너무나 짧기에 인간은 말과 글을 통해 서로 협조함으로써 자신을 완성해나갈 시간을 단축해야만 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백 퍼센트 동의한다. 덕분에 책은 우리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 그날도 나는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의 불』이라는 신간을 들고 갔다. 고대 이집트에 있던 알렉산드리아도서관에 소장됐다가 도서관이 불타면서 유실된 책들을 다루는 내용이었는데, 얘기하다 보니 어느샌가 다산 정약용으로 이야기가 넘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이 우주를 인식하기에는 육신의 삶은 너무나 짧기.. 2021. 1. 15.
『다시, 봄』 장영희 쓰고 김점선 그림 『다시, 봄』 샘터, 2014 장영희 교수가 29편의 영미시(英美詩)를 열두 달로 나누어 싣고 해설했습니다. 백과사전의 소개는 이렇습니다. 장영희(張英姬, 1952~2009) 영문학자, 수필가, 번역가. 소아마비 장애와 세 차례의 암 투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따뜻한 글로 희망을 전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내 생애 단 한번", "문학의 숲을 거닐다" 등이 있다. 봉급을 받게 되어 마음대로 책을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구입한 책 중에는 흔히 영문학자 장왕록 교수가 번역한 책이 있었는데, 장영희 교수는 그분의 따님이라는 걸 나중에 알고 두 사람을 부러워했습니다. 소아마비가 심해서 어릴 때는 누워서 살았답니다. 어머니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업고 다녔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 2016.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