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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호칭5

아내가 나를 부르는 말 내 아내는 나를 수십 년간 "봐요!"라고 불렀다. 그게 못마땅할 때도 있었나? 그건 아니었다. 무덤덤하거나 고맙게 여겼다. 그렇게 부르는 마음을 헤아리곤 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였더라? "할아버지!" 더러 그렇게 부르더니 이제 그렇게 확정되었다. 그건 이렇게 둘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곁에 있을 때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렇게 둘이 있을 때도 "할아버지!"이고 자다가 잠꼬대를 해서 깨워줄 때도 "할아버지!"다. 나는 "여보!"하고 부르는데도 내내 "봐요!" 하다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바라보고 있다. 여건이 세상에서 가장 좋지 못한 집에 시집온 데다가 내가 못할 짓도 많이 하고 해서 고생이란 고생은 도맡아놓고 했는데도 시종일관 "봐요!" 하다가 마침내 "할아버지!"하고 부르는 걸 인간이 어.. 2022. 7. 7.
"사장님은요?" 1 아내가 아파트 앞 상가에 다녀온 얘기를 하면서 덧붙였습니다. "사장님은 어디 가셨냐고 묻대?" "……." '사장님이라뇨?' '댁의 사장님요.' '아~ 없어요.' '아하! 저런! 돌아가셨군요……. 어쩌면 좋아요. 제가 큰 결례를 저질렀네요. 양해해 주세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천만의 말씀요. 아직 죽진 않았어요. 다만 우리 그이는 본래 사장이 아니었어요. 선생이었어요, 학교 선생요. 그리고 오랫동안 교육부 근무도 했는데 아직 죽진 않았고요(곧 죽을지도 모르지만요)." '아~ 이런! 제가 또 실수를 했네요.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아내에게 이 가상 대화를 이야기하진 않았습니다. 2 십 년도 더 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그즈음 우리 부부는 나는(혹은 '이이는') 사장이 아니라고 일일이 밝히.. 2019. 8. 21.
"사장님!" 자주 가던 식당에 예약 전화를 했더니 난데없이 "사장님!" 어쩌고 했습니다. 그동안은 "어르신"이었기 때문에 영 쑥스러웠습니다. "아니, 저 모르시겠습니까?"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누구누군지……." 나는 "사장님!"이 싫습니다. 사장이라니! 수만 명 이상을 거느리는 사장님에서부터 서너 명의 직원을 둔 사장님까지 천차만별의 사장이 있고, 더구나 혼자서 혹은 부부가 자영업을 하는 경우의 사장도 많으니까 "사장님"은 편리하게 통용되는 호칭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서울 거주자들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사람을 부를 때 남성에 대해서는 '아저씨' '선생님' '사장님', 여성에 대해서는 '언니' '여기요' '이모'라는 호칭을 주로 사용한다는 뉴스를 본 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날 점심시간, 옆 자리의 한.. 2017. 7. 11.
"아주머니" Ⅰ 호칭 선정 문제는 자주 사람을 난처하게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뭘 좀 물어보고 싶을 때도 그렇습니다. 늙은이('어린이'가 존대어로 쓰인다면 그 말에 맞선말로서의 늙은이)에게 묻기는 그렇고, 아무래도 대답을 잘할 것 같은 '젊은이'에게 라면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 "이봐, 젊은이!" "어이, 형씨!" "이 보세요!" 그러면 자칫하다간 무슨 시비가 붙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한 번은 "아가씨!" 하고 불렀더니 나와 동행인 사람이 피식 웃었습니다. 술집 여자 부르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참, 그렇게 잘 하면 자신이 나서서 물어볼 일이지……' Ⅱ TV에서는, 산속에서 혼자 생활하는 사람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지 물어볼 때, 아니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맛집' 같은 걸 물어볼 때.. 2015. 11. 12.
'선생님'이라는 이름 '선생님'이라는 이름 - 스승의 날에 생각해본 '선생님'- ♬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르는 걸 보면 천차만별이고 때로는 '가관(可觀)'입니다. 사실은 이런 비판을 하면서도 어떻게 부르는 게 좋을지 판단이 되지 않아서 좋은 제안을 하기가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스스로의 무지(無知)는 생각도 않고, 우리말의 호칭이 그리 발달되지 못한 건 아닌지 공연한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어이, 종업원!" 그렇게 부르면 당장 '저 사람이 화가 났나?' 아니면 '저놈이 무슨 재벌이거나 대단한 권력을 가졌나? 왜 저렇게 잘난 척하지?' 하고 백안시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상냥하게 "종업원?" 하고 부른다 해도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볼 건 뻔합니다. "종업원님!" "보소!" "헤이!" "이봐요!" "여기요!".. 2012.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