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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헤르만 헤세5

헤르만 헤세의 수업 헤르만 헤세는 「빌헬름 셰프 주제에 의한 변주」(《책이라는 세계》)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만일 내가 교사여서 수업을 해야 한다면, 학생들에게 작문 같은 걸 시키게 된다면, 나는 아이들에게 매일 한 시간씩 뚝 떼어주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얘들아, 우리가 너희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물론 좋은 거란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가 정한 원칙과 진리를 한번쯤 시험 삼아 뒤집어보려무나!"라고 말이다. 아무 단어든 뒤집어 철자를 바꾸어보면, 종종 굉장한 교훈과 재미와 탁월한 착상을 던져주는 화두를 얻게 되기도 한다. 즉 그런 유희를 통해 사물에 붙여진 꼬리표가 떨어져나가고 그 사물에 대해 새롭고 경이롭게 말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낡은 창유리에 싱거운 색칠 장난을 하다가 비잔틴 모자이크가 나오는 것도, 끓는 찻주.. 2023. 8. 25.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홍성광 옮김, 현대문학 2013 브라만의 아들 싯다르타는 친구 고빈다와 함께 가출해서 체험으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득도(得道)는 지난한 것이어서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 비로소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위성 기원정사에서 부처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건 잠시였고, 아름다운 창녀 카말라를 만나 제2의 삶을 살게 되고 거상 카마스와미를 만나 부를 향유하기도 했지만, 노년에 이르러 마침내 뱃사공 바주데바를 스승으로 삼고 강의 흐름으로부터 시간의 초월을 배운다. 싯다르타가 카말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싯다르타'와 헤어진 것은 '인간 싯다르타'의 가장 큰 아픔이었다. 그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은 이 '소설'이 전기와 다름을 잘 보여주었다. 싯다르타는 그 늙은이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천천히 .. 2023. 8. 11.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김지선 옮김, 뜨인돌 2022(개정판) 책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그대에게 필요한 건 모두 거기에 있지 해와 달과 별 그대가 찾던 빛은 그대 자신 속에 깃들어있으니 그대가 오랫동안 책 속에 파묻혀 구하던 지혜 펼치는 곳마다 환히 빛나니 이제는 그대의 것이리 ── 헤르만 헤세 책 속에 다 들어 있다고? 구하던 지혜가 빛나고 있다고? 나의 경우는 그렇진 않았다. 나는 헤세처럼 읽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책을 읽은 그 시간에 다른 일을 좀 더 했더라면, 유능한 사람을 만났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며 후회하거나 하진 않지만 책을 읽느라고 세상을 잊었으니... 그게 어떤 성격의 시간.. 2023. 8. 5.
헤르만 헤세 《데미안》 헤르만 헤세 소설 《데미안》 에밀 싱클레어의 청춘 이야기 안인희 옮김, 문학동네 2013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110) "우리는 고대 종파들의 의견과 신비적인 합일을, 합리주의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흔히 그러듯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에서의 학문이란 고대에는 아예 없었다. 그 대신 철학적이고도 신비주의적인 진리를 향한 깊은 탐색이 있었는데, 그런 탐색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다. 부분적으로는 거기서 마법과 농간이 생겨났고, 그것은 자주 기만과 범죄로 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법도 고귀한 기원과 깊은 사상을 지녔다. (...) 아.. 2022. 5. 22.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수레바퀴 아래서』 김이섭 옮김, 민음사 2009 신장판 47쇄 Ⅰ 어느 월간지에서 "헤르만 헤세의 성장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 소설이 성장 소설1이었던가?' 그래서 다시 읽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조급한 마음이 일긴 하지만 문장이나 흐름의 편안함도 느꼈습니다. '성장 소설'이라는 말을 "특별히 넓은 뜻으로" 혹은 "느슨하게 썼다"고 하거나, "대충 썼다"고 한다면 몰라도 아무래도 잘못된 해석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 남들이 그렇게 하면 대충 받아들이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그쪽으로는 내가 영향력 있는 인물이지만 나는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할 사람도 수두룩하겠지만……. Ⅱ "마울브론 신학교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하여 .. 2015.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