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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제자들5

교사 '선댄스'의 짝 내 제자들..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지? ^^ 음... 학생을 혼자 앉히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습니다.. 싫어했다기 보단 그냥 좀 미안했죠.. 그래서 우리 반 학생 수가 홀수인 경우 한 명은 꼭 제 책상 옆에 앉혔죠.. 지금부터는 선생님 짝이라며..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그걸 즐겼나 봅니다. 제 짝이 있기를.. 2022. 12. 15.
짜장면 한 그릇을 먹어도 엊그제 저녁에 1978년에 담임한 달동네 아이 S가 전화를 했습니다. 57세쯤? 손주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전기공사 일을 한다고 했고, 서울에서 일해 보라는 제의가 왔는데 돈을 엄청 더 벌 수 있고 선생님도 만나볼 수 있을 텐데 '서울 일을 하겠나' 싶더라고, 자신이 없더라고 했습니다. 그새 또 한 해가 가서 설을 앞두고 있고, 서너 시간 운전해서 서울 가면 선생님 만나 짜장면 한 그릇을 먹어도 선생님은 괜찮다 하실 텐데 그것도 못한다고 했습니다.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 J에게서는 자주 전화 오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내게 전화를 하려고 술 한 잔 마셨거나 술 한 잔 하니까 전화를 하고 싶었거나 했을 것입니다. 이제 얼굴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 아이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애착이 깊었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 2022. 1. 24.
결별(訣別) 2009년 11월 2일, 나는 한 아이와 작별했습니다. 그 아이의 영혼을 저 산비탈에 두었고, 내 상처 난 영혼을 갈라 함께 두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새로 탑재하면서 댓글 두 편도 함께 실었습니다. .............................................................................................. …(전략)… 우리는 흔히 학생들에게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애에게 교육은 무엇이고 장래는 다 무엇이었을까. 장래는 고사하고 하루하루 얼마나 고달픈 삶으로써 고사리 같은 짧은 인생을 채우고 마감하게 되었는가. 그걸 살아간다고, 어린 나이에 뿌린 눈물은 얼마였을까. 그러므로 교육의 구실은 우선 그날그날.. 2020. 9. 26.
옛 담임교사가 생각납니까? 연말에 망년회를 했다면서 어느 아이(?)가 핸드폰에 보내준 사진입니다. 1978년에 담임했던 '아이들'입니다. 함께 저 '참이슬'이나 '하이트'를 마실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사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물겹습니다. 이제 조용하니까 그 동네가 자주 생각나고, 아직도 기억 속에는 그 마을의 어려운 모습들이 생생하게 남아 있지만, '나에게는'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 '애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여기에 이 사진을 실어놓고 심심할 때, 외로울 때, 생각날 때 열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 여러분도 옛 담임교사가 더러 생각납니까? 그 담임교사가 어떻게 생각됩니까? 담임을 했던 그분은 여러분의 어린 시절을 얼마나 기억할 것 같습니까? 나는 그렇습니다. 이 '애들'의 그때 .. 2011. 12. 30.
동요 '겨울나무' 저녁나절에 라디오에서 동요 '겨울나무'를 들었습니다. 오십여 년 전, 방학 때만 되면 돌아가 조용히 지내던 그 시골집 건넌방에서 듣던 라디오가 생각났습니다. 조용한 초겨울 저녁때여서 그 생각이 났을 것입니다. 라디오는 초겨울 저녁때나 듣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FM 프로그램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같다는 느낌입니다. 변하지 않았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요. 우리가 세상에서 사라진 날에도 오늘 같은 초겨울 저녁나절에는 그리운 우리 가곡, 동요들이 어김없이 들려올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6학년을 맡아서, 어슬프게 가르친 나에게 그 아이들이 물었습니다. "선생님, 좋아하시는 노래가 뭐예요? 18번요." 곧 방학이고 그러면 졸업이 이어질 초겨울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런.. 2011.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