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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저승에 가면2

독서 실패기 Ⅰ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얼마만큼 빠져들 수 있었는지 생각하면 너무나 미흡합니다. 무턱대고 읽었습니다.기억나는 게 거의 없는 책들을 보면 '뭘 읽었나?' 한심해지고 차라리 그 책들을 다시 읽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일어납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비로소 ― 굳이 작품해설 같은 걸 읽지 않아도 ― 그 책을 쓴 작가가 보이는 듯하고, 더러 그 작품해설이 잘못되었거나 부실한 점이 보이기도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책에 깊이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었습니다.     Ⅱ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같으면 전에 읽을 때에는 한스가 책에 빠져드는 다음과 같은 장면1을 기이하게 느끼고 이건 작가가 너무 작위적으로 쓴 것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 2016. 3. 6.
전윤호 「모래성」 모래성 전윤호 해질녘이면 돌아가야지 엄마가 부르기 전에 신발도 탁탁 털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가야지 종일 만든 모래성도 사라지겠지 공들였던 몇 개의 탑과 조개껍질로 만든 방도 무너지겠지 집을 팔아야겠어요 대출이자를 견딜 수 없어요 남는 돈으론 전세도 얻을 수 없네요 아내의 등 뒤로 파도치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기다리겠지 그게 뭐 좋다고 진종일 있었니 그래도 재밌었어요 찌개를 끓이는 연탄불 아래서 모래투성이 손을 씻는다 곧 곯아떨어질 시간 해질녘이면 돌아가야지 ─────────────────── 전윤호 1964년 강원도 정선 출생. 1991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순수의 시대』 『연애소설』 등. 『현대문학』 2012년 3월호. 이 아름다운 시.. 2013.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