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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자서전4

재미있는 사람《프랭클린》 로저 버어링게임 《프랭클린》 김면오 역, 창명사 1974 장명희 선생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다가 프랭클린 자서전 얘기가 나와서 내게도 책이 있나 봤더니 자그마한 전기 한 권이 보였습니다. 귀퉁이에 1975년 10월 17일, 부산, 200이라고 메모되어 있습니다. 2,000을 잘못 썼나 싶어서 판권란을 열어봤더니 정가가 240원이었습니다. 그 가을, 전국 현장교육연구대회 발표 및 시상식이 열렸는데 나는 "국민학교 방학생활 개선방안 연구"로 푸른기장증 1등급을 받았습니다. 한 해 전 1974년에는 "역할 부여를 통한 수용적 학급 분위기 조성"이라는 주제의 연구보고서로 난생처음 참여한 그 대회에서 전국 1등급을 받았습니다. 그 보고서를 쓰면서 만난 교육연구원 이광욱 연구사의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어서 .. 2021. 12. 4.
沈復 《浮生六記》 沈復 《浮生六記》 흐르는 인생의 찬가 池榮在 역, 을유문화사 1 이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뭘 읽었는지 기억도 없어서 처음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내가 가진 이 책(1984년, 19판)은 세로쓰기여서 읽기에 힘이 들었습니다. 심복이란 학자가 '부생육기(浮生六記)―흐르는 인생의 찬가'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얘기를 '사랑의 기쁨' '한가롭게 멋지게' '슬픈 운명' '산 넘고 물 건너' '유구국 기행' '양생과 소요' 등 여섯 편으로 쓴 '아름다운 자서전'입니다. 2 '사랑의 기쁨'은 아내 진운(陳芸)에 대한 사랑의 찬가입니다. 앞니 두 개가 약간 내다보이는 점은 관상적으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찰싹 달라붙는 듯한 태도는 사람의 넋을 송두리째 빼앗았다.(13) 옛사람의 이야기인데도 그들의 애틋한 사.. 2019. 11. 23.
커트 보니것 《나라 없는 사람 A Man without a Country》 커트 보니것 Kurt Vonnegut 《나라 없는 사람 A Man without a Country》 김한영 옮김. 문학동네 2007 1 가끔 나도 다시 책을 내볼까 생각하지만 이런 책을 보면 금방 절망감을 느낀다. 생각조차 집어치워야 한다는 걸 또 실감한다. 이 책 저 책 읽고 싶은 책을 마구잡이로 읽어대는 이 꼴이 그나마 다행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이런 작가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절망스럽다. 그의 농담이란 것이 놀랍다. 이렇게 쓰지 못하겠다면 무슨 얘기를 쓰겠나 싶은 것이다. 아주 간단한 농담이라도 그 근원에는 두려움의 가시가 감춰져 있다. 예를 들어 "새똥 속에 든 흰 것이 무엇일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면 방청객들은 그 순간 학교에서 시험이라도 보는 양 바보 같은 대답을 해선 안 된다는 두.. 2018. 10. 28.
거짓말을 자꾸 하면 결국은 거짓말을 하는 자신도 정말인 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작은 부분을 그렇게 하다가 그것이 자신의 진실이 되어버리면, 다음에는 그 작은 부분을 포함한 보다 큰 틀의 거짓이 그의 '진실'이 되고, 그렇게 각색되어 나가다가 나중에는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그의 진실'이 되고마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기에 한 형제가 있습니다. 형은 부모와 함께 생활합니다. 그러면 그 부모에게 잘해 주는 일도 있고,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는 일도 있게 됩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형은 주로 자신이 잘못한 일만 떠올리고 그걸 남에게 이야기하며 가슴아파합니다. 무슨 이야기가 나와도 입을 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불효'가 되어 버립니다. 그 동생도 당연히 가슴이 아프겠지요. 동생은 자신이 .. 2012.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