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재미있는 사람《프랭클린》

by 답설재 2021. 12. 4.

로저 버어링게임 《프랭클린》

김면오 역, 창명사 1974

 

 

 

 

300

 

 

 

장명희 선생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다가 프랭클린 자서전 얘기가 나와서 내게도 책이 있나 봤더니 자그마한 전기 한 권이 보였습니다. 귀퉁이에 1975년 10월 17일, 부산, 200이라고 메모되어 있습니다. 2,000을 잘못 썼나 싶어서 판권란을 열어봤더니 정가가 240원이었습니다.

그 가을, 전국 현장교육연구대회 발표 및 시상식이 열렸는데 나는 "국민학교 방학생활 개선방안 연구"로 푸른기장증 1등급을 받았습니다.

한 해 전 1974년에는 "역할 부여를 통한 수용적 학급 분위기 조성"이라는 주제의 연구보고서로 난생처음 참여한 그 대회에서 전국 1등급을 받았습니다.

그 보고서를 쓰면서 만난 교육연구원 이광욱 연구사의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어서 이듬해에는 그와 함께 공동연구를 한 것인데 그분은 긴가민가 했을 것이고 또 전국 1등급이 되었다니까 기특하다고 이 책을 선물했을 것입니다. 표지에 '靑紀章記念'(청기장 기념)이라고 적힌 것은 그분의 글씨입니다.

 

췌언이 길었습니다.

추억이 되어서 그런 것인데 읽는 분이야 지루하기 마련입니다.

이 책에는 프랭클린이 스스로 정해서 실천한 덕목 이야기가 이렇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미 행복 성취에 대한 노력은 '노우트 북'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프랭클린은 '노우트 북'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조직적이고 창의력에 차 있으며, 흐리멍텅한 것을 싫어한 그는 모든 일을 노우트에 기록해 두었다. 예를 들어, 그의 회계부는 정확성과 정연한 아름다움을 갖춘 점에서 모범이 될 만한 것이었다. 얼마 뒤에 그는 이 자그마한 결의의 책이 자신의 실수나 우행(愚行)으로 점차 더럽혀지는 것을 보고 남몰래 웃지 않을 수 없었으나 아무튼 이렇게 되어 행복 성취에 대한 노력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덕 하나마다 한 페이지가 할당되었다. 그가 생각한 덕은 자제·침묵·질서·결단·검약·근면·성의·정의·절제·청결·평정·정절·겸손 등 열셋이었다. 그는 각 페이지를 주(週)마다 나누었다. 그리고는 실수를 범할 때마다 해당된 덕의 페이지를 열고 해당 주의 난에 '작은 별 표'를 찍었다. 제1주에는 노력하여 자제를 하도록 하고, 다음 주에는 침묵을 실행하는······ 식으로 나갔다. 자제를 하기만 하면 다음에 침묵의 습관을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75~76)

 

장영희 선생 책에는 실천 방법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지만 덕목별 설명이 구체적이고 재미있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정치가·사상가·사업가·과학자·발명가·자선가 등, 다방면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도 완벽한 '인간 시간표'의 예이다. 그는 가난한 양조 제조업자의 열일곱 형제 중 열다섯 번째로 태어나서 초등학교도 중퇴하고 인쇄공이었던 형의 일을 돕다가 열일곱 살에 무작정 상경, 타고난 성실함과 치밀함으로 자수성가해 거부가 된 그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그가 자신의 성공담을 아들에게 주는 편지 형식으로 쓴 《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 The Autobiography of Benjamin Franklin, 1793)은 자서전 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아침 5시에 일어나 하루 계획을 세우고 밤 9시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는 철저하게 규칙적으로 생활함과 동시에 열세 가지 덕목을 정해 놓고 철칙으로 지켰다.

그는 "절제(과식하지 말고 기분 좋아질 만큼 술 마시지 말 것)·과묵(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말 것)·질서(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 사업에 있어 시간을 맞출 것)·결단력(결정한 것을 꼭 행동에 옮길 것)·검약(나 또는 다른 이에게 선행을 하는 일 외에는 절대로 돈을 쓰지 말 것)·근면(1분도 낭비하지 말 것)·성실(속이지 말고 언행을 일치할 것)·정의(남에게 나쁜 일을 하지 말 것)·중용(극단적인 것을 피할 것)·청결(몸·옷·주거지의 불결함을 참지 말 것)·침착(사소한 일이나 불가피한 상황에 동요하지 말 것)·정결(건강이나 자손을 위해서만 성교를 할 것)·겸손(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닮을 것)"을 지켰고, 거의 무학이지만 막대한 독서량으로 실력을 키운 것이 자신의 성공의 근간이 됐다고 스스로 분석한다.(207~208)

 

무엇이 재미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까? 아시면서......

열세 가지가 다 재미있습니다. 이걸 꼭 지켜야 할 사람의 입장에서는 결코 재미있는 건 아니겠지요?

그럼 방관자가 되십시오.

절제(과식하지 말고 기분 좋아질 만큼 술 마시지 말 것)! 그렇게 마시려면 아예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과묵(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말 것)! 누군 하고 싶어 하나요? 하다 보니까 쓸데없는 말도 하고 그러는 게 인간이죠. ^^

............

정결(건강이나 자손을 위해서만 성교를 할 것)!

겸손(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닮을 것)!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높은자리에 앉혀 준다 해도 싫습니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렇습니다.

굳이 뭘 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