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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존 윌리엄스 《STONER 스토너》

by 답설재 2021. 12. 21.

존 윌리엄스 《STONER 스토너》

RHK 2020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서평 중에는 지루하더라는 것도 있었지만 가장 흥미로웠고 한 권만 다시 읽는다면 지금은 이 소설을 선택할 것 같다.

 

스토너는 열정적으로 살았다. 최선을 다했다.

농부의 아들로 친척집에서 알바를 하며 다락방에서 공부를 했고 부모의 기대는 농사일을 물려받는 것이었으나 아처 슬론 교수가 보여준 열정에 따라 대학에 남아 지식의 세계에 열정을 쏟았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도 아처 슬론의 기대에 따라 대학에 남아 공부와 강의를 계속했다.

첫눈에 반해 결혼해서 예쁜 딸을 두었고 가장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세상은 그에게 열정적이지 않았고 호의적이지도 않았다.

아내는 냉담한 여성이었고 딸 그레이스와의 거리도 벌여놓았다. 장애를 가진 학생이 불성실해서 낙제점을 주자 역시 장애를 가진 교수 로맥스가 그 학생의 창의력을 옹호하면서 극렬한 대립이 이루어졌고 로맥스가 학과장이 됨으로써 그는 내내 괴롭힘을 받았다.

 

그러나 정년을 앞둔 그가 쓰러진 원인은 고난과 슬픔이 아니었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으나 그 불굴의 열정을 가로막은 것은 이미 온몸을 잠식한 암 덩어리였다.

 

이 소설이 인상적인 이유?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장애를 가진 학생의 학위 심사를 위한 예비 구두 시험장에서의 두 교수 간의 치열한 다툼은 숨을 멎게 할 정도였다.

죽음의 순간까지 다 보여주었고,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책을 옆에 두었다.

그는 열심히 살았지만 별수 없었는가?

그렇지는 않았다.

 

그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지만, 책이 옆에 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었다.(380)

 

그들은 서로에게 입힌 상처를 용서하고, 자신들의 삶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지 생각하는 일에 빠져 있었다.(380~381)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