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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이중섭5

「소」 내 친구 雪木 박두순 시인이 시 '소'를 선물했습니다. '소 해'(소년)여서 그랬는지, 이 블로그에 써놓고 갔습니다. 이중섭 화가가 생각났는데 서울미술관에서 본 황소는 화가 난 것 같아서 이중섭 화가네 가족을 태우고 가는 정다운 소를 여기에 옮겨놓았습니다. 이제 雪木의 그 시입니다. 소 박두순 큰 입을 가지고도 물지 않는다 큰 눈으로 보기만 한다. 2021. 1. 7.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의 詩에 몰두한 적이 있다. 그의 네 번째 시집 『處容 以後』(민음사, 1982)의 표지에는 시인의 얼굴 그림이 있다. 안경을 낀 깡마른 얼굴을 스케치해 준 그 화가는 나중에 자신의 소묘집 『시인의 초상』(지혜네, 1998)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김춘수 선생은 성격 면에서 매우 찬 분이다. 성격이 더운 시인도 있고, 괄괄한 분도 있고, 오종종한 서생(書生)도 있는데, 늘 수면에 얼음 같은 게 떠 있는 분이 선생이다." "김춘수 선생이 어느 하늘 아래(옛날에 바닷가 마산이나, 뜰에 후박나무가 서 있던 대구 만촌동이나, 지금 서울 강남 아파트촌에) 계시다는 것은 마음 훈훈하다." 그러고보면 김춘수의 시에는 그 성격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차가움 안에 따듯한 마음, 섬세함이 스며 있다. 샤갈의 .. 2020. 9. 25.
「내가 만난 李仲燮」 내가 만난 李仲燮 光復洞에서 만난 李仲燮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東京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南浦洞 어느 찻집에서 李仲燮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김춘수 시인의 네 번째 시집 『處容 以後』에 있습니다(44쪽) 서귀포 혹은 부산의 쓸쓸한 거리에만 있었을 이중섭. 그림을 보는 것이 미안해지는 이중섭. "우리의 이중섭"이라고 해도 괜찮을까 싶은 이중섭. 그의 그림값이 올라갈수록 나는 미안합니다. 그림은 아무래도 돈이 있는 사람이 가질 것인데 미안한 마음은 나도 좀 감당하는 것이 어처구.. 2019. 5. 14.
이중섭미술관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은 갈 때마다니까 세 번째였습니다. '이중섭거리'가 생겨서인지 지난번보다는 덜 썰렁했습니다. 어쩔 수 없으면 썰렁해도 좋으니 조잡해지지는 않았으면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언제 또 가보게 될는지…… "언제라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층 방을 내어주겠다"는 사람은 있지만 '가고 올 일'을 어떻게 정하겠습니까. 이 이중섭의 모습은 볼 때마다 예전의 '동네 형들' 중 제일 좋았던 사람 같습니다. 무성영화 '아리랑'을 보러가던 저녁 내가 동전을 입 안에 넣고 달리다가 삼켜 버렸을 때 그 돈을 대어준……. 이 부조를, 마을과 바다를 오래 바라봅니다. 그도 저 바다를 바라보며 일본의 친정에 가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워했을 것입니다. 저 곳에는 아직도 그의 영혼이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 2013. 11. 16.
金春洙 「내가 만난 이중섭」 내가 만난 李仲燮 金春洙 光復洞에서 만난 李仲燮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東京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南浦洞 어느 찻집에서 李仲燮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東京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金春洙 詩集 『南天』(槿域書齋, 1977), 88~89쪽. 西歸浦에 가면 '이중섭미술관'에 가 보십시오. 西歸浦에만 가면 '이중섭미술관'에 가보십시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는 李仲燮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 성악가 김동규는 TBC 방송 「아름다운 당.. 2011.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