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2 이신율리 「안개의 노래」 안개의 노래 이신율리 풀이 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안개가 태어난다멜로디와 발굽을 감춘 세계가 돋아난다이곳은 풀밭이 뛰어다니거나발굽을 잃어버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엎드린 저녁은 기도를 모르지풀밭을 덮는 폭설을 모르지양의 기분은 묻지 않는다멀리 있는 평안을 바라봐야 하니까양의 목소리를 닮기 위해뒤꿈치를 들고 여러 번 마른풀을 읽고 지나간다양 너머에서 안개의 노래가 깊어진다여럿이서 혼자가 되는 안개의 시간양 한 마리 겨우 들어갈 만큼 좁거나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넓은 곳에서출렁거리는 양 떼처럼 노래를 부른다조금 있으면 성자가 나타날 것이다어제 날아온 새가 다시 날아올 것이다뛰어다니던 풀밭은 풀밭으로잃어버린 발굽은 무너지지 않는 발굽으로고요한 양은 없어흰 양이 태어나겠지잡히지 않는 성자의 .. 2024. 9. 9. 이영주「구름 깃털 베개」 구름 깃털 베개 이 영 주 부드러운 광기로 가득 차 있어. 깃털 같은 광기. 아버지는 한동안 베개를 만들었는데 하얀 솜이 아버지라고 생각하니 내 마음에 깃털이 돋았지. 아버지, 인공 구름을 끌고 온 자. 인공 구름으로 가득한 베개를 베고 잠이 든다는 것. 나는 가끔 공중에 떠 있는 관에서 잠들었고 깨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내 머리맡에 흩어진 구름 조각을 세탁기에 돌렸지. 실패한 조각은 표백을 해야 한다. 나는 세탁기 통에서 돌돌돌 깃털이 돌아가는 표백인. 아버지는 듬성듬성한 내 깃털 밑에서 죽음을 연습하지. 지난 일주일 동안 죽었다고 하지. 부드러운 광기가 베개 안에 스며들고, 나는 남은 깃털이 모두 빠졌지. 깃털은 역시 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드러운 소재로 광기를 꾸며야 한다. 나는 .. 2022. 8.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