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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연인3

우르스 비트머(소설) 《어머니의 연인》 우르스 비트머 《어머니의 연인》 이노은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9 오늘 내 어머니의 연인이 죽었다. 그는 고령이었지만, 죽는 순간까지도 아주 건강했다. 그는 입식 보면대 위로 몸을 굽히면서 「모차르트 교향곡 G단조」의 악보를 넘기다가 쓰러졌다. 사람들이 그를 발견했을 때 이미 고인이 된 그의 손에는 찢긴 악보 조각이 들려 있었다. 느린 악장이 시작되는 부분의 호른 연주부였다. 언젠가 그는 내 어머니에게 이 「교향곡 G단조」가 이제까지 작곡된 음악작품 중에서 최고라고 말했었다.─다른 사람들이 책을 읽듯이 느는 언제나 악보를 읽곤 했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 소설은 '정열에 관한, 고집스러운 정열에 관한 이야기. 그 앞에 바치는 레퀴엠. 힘겹게 살아갔던 어느 인생 앞에 바치는 절'(157)이다. 어떤 여인이.. 2023. 3. 10.
기승전결(起承轉結) 기(起) 승(承) 전(轉) 결(結) '나도 저렇게 해서 오늘 여기에 이르렀다면……' 소용도 없고 무책임한 생각을 하며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일을 저렇게 전개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끌고 왔습니다. 그렇게 해놓고 약속한 건 단 한 가지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더러 오탁번 시인이 생각났습니다. 핑계를 대고 위안을 삼고자 한 것입니다. 구름을 비껴 날으는 기러기 같은 당신을 밤나무나 느티나무 가지 위에 얼기설기 지어놓은 까마귀 둥지로 손짓해 불렀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어둠의 문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서 우리가 꿈꾸어온 시간은 나뭇가지 끝 겨우살이처럼 덧없는 목숨은 아니었습니다 여름날 장독대 위에 내리는 여우비처럼 울 수만은 없어서 이렇게 높은 하는 쳐다보고 또 쳐다봅.. 2015. 9. 7.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 인》 김인환 옮김, 민음사, 2011 ♣ 이 작가는 1996년 초봄에 사망했는데 그 즈음 『이게 다예요』라는 작품이 소개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작가인가 싶어 그 얄팍한 책을 구해 보고 실망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게 다라니! 도대체 무슨 얘기야?' 그러나 그 독후감은 작가를 몰랐던 데서 비롯된 실망이었을 것입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이 작품 『연인』(1984)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인 콩쿠르 상을 받았고, 1986년에는 "영어로 출간된 올해 최고의 소설"이라는 찬사와 함께 리츠파리헤밍웨이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 이른바 '성적 수치심' '에로이즘' 같은 건 해당되지도 않는다 해도 - 그 적나라한 감정 표현 떄문에 중·고등학생들에게 권할 만한 작품이라고 하.. 2011. 11. 8.